<해외기술동향> "밀리파 레이더"로 차간 거리 자동조정

 레이더가 앞차와의 거리 및 상대속도를 측정하면서 운행속도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자동차간 거리 자동제어시스템」이라 부른다. 현재 실용화된 이 시스템들의 대부분은 적외선 레이저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적외선 레이더를 채택한 시스템은 집중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 속에서는 측정과 제어가 부정확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이 제어시스템에 밀리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밀리파 탑재 레이더는 악천후 속에서도 100m 앞의 차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늦어도 올여름 이후에는 이 밀리파 레이더를 탑재한 자동차가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 정도로 치부돼 영화 속에서나 등장했던 「자동차 자동주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완전한 자동주행은 아니지만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주행실험이 실시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주행중 핸들에서 손을 떼고 웃는 얼굴로 양손을 흔드는 운전자들의 사진과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 시험운행 자동차에는 앞차와의 거리와 장해물을 감지하는 레이더 외에 도로의 차선 등을 파악하는 고체촬상소자(CCD)카메라, 도로에 미리 묻어둔 자기레일을 검출하는 자기센서 등이 탑재돼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활발하게 탑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레이더로, 이 자동차용 레이더를 탑재하면 완전자동주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차와의 거리 및 상대속도를 측정하면서 운행속도를 자동차가 스스로 조정해주는 편리한 운전이 가능하다.

 이미 미쓰비시자동차가 지난 95년 출시한 「디아만테」에 이를 탑재했고 도요타자동차도 지난해 내놓은 「프로그레」에 채택해 레이더 탑재 자동차의 1진 그룹을 형성했다.

 그리고 2진 그룹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지난해말 시판한 신형 「S클래스」에 올상반기중에, 닛산자동차도 올 여름 출시 예정인 신형자동차에 레이더를 채용하기로 결정해 놓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1진 그룹 업체들의 레이더와 2진 그룹의 레이더가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진은 적외선 레이저 레이더를 사용하는 데 반해 2진 그룹은 밀리파 레이더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외선 레이더는 호우와 안개 등의 기상조건에서는 흡수되거나 확산돼 버린다. 이에 반해 밀리파는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전방 100m 이내에서 주행하는 앞차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로서는 보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된다.

 밀리파 레이더가 적외선 레이더에 비해 성능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와 법적 문제, 그리고 자동주행에 대한 인식부족 등으로 실제 자동차에 사용할 만큼 실용화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밀리파 레이더의 기술적 단점은 앞차가 위치한 방향을 인식하는 각도분해 능력이 낮아 3도 정도의 협소한 범위 외에는 검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빔스캐닝 기구를 내장함으로써 이를 10도 정도로 넓혀 실용화의 길이 열렸다.

 또 밀리파 이용과 관련한 법규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 각국에서 정비된 점도 실용화를 앞당기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또 최근 수년 지능형교통시스템(ITS)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져 자동주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밀리파 레이더 실용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미 독일 ADC사와 일본의 후지쯔덴, 고아전기공업, 히타치제작소·이튼보레드테크놀로지연합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은 76∼77㎓ 주파수대역의 밀리파 레이더를 개발해 놓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고급승용차 중심으로 밀리파 레이더의 보급이 전개될 전망이다. 가격이 적외선 레이더보다 4, 5배 정도 비싸기 때문으로 앞으로 일반승용차나 대형차로까지 확산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만약 자동차에 표준탑재가 이루어진다면 저가화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예로 에어백과 ABS시스템의 보급과정을 들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당초 수백만원으로 단가가 높았으나 현재는 수십만원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밀리파 레이더에도 이같은 양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가화도 저가화지만 성능면에도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커브길이 많은 도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검출가능 각도를 현재의 10도보다 한층 넓혀야 한다.

 이를 통해 일반도로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만 수요도 늘고 그에 따라 저가화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2005년 이전에는 밀리파를 이용하면서 2세대 기술의 한계인 협소한 검출각도를 40∼60도로 넓힌 3세대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CCD카메라와 첨단 카내비게이션시스템의 등장 등 연계시스템의 정비도 「자동주행」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간거리 자동제어시스템」의 개발효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