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텔.루슨트, 네트워크시장 연착륙.. "기업문화" 통합에 달렸다

 음성통신장비업체에서 네트워크업체로 변신중인 노텔네트웍스와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올해안으로 성공적으로 네트워크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슨트와 노텔이 네트워크업체로 새로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인수한 네트워크업체의 데이터기술에 이들의 음성기술을 통합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같은 통합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사업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텔과 루슨트는 자사의 음성장비와 인수기업 네트워크장비간의 통합전략을 발표하는 한편 중복사업 퇴출 등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노텔과 루슨트의 성공적인 네트워크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인수기업과의 기업문화 통합을 일궈내야 한다. 이는 단지 물리적인 장비간 통합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기업내의 통합을 성사시켜야만 일관된 사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캐나다의 노던텔레컴은 당시 네트워크업계 최대 인수금액인 91억달러에 베이베이네트웍스를 전격 인수했다. 곧이어 노던텔레컴은 베이와의 통합을 위해 사명을 「노텔네트웍스」로 개칭하는 한편 노던텔레컴의 음성기술과 베이의 네트워크기술을 기반으로 「유니파이드 네트웍스(Unified Networks)」라는 음성·데이터통신 전략을 발표했다.

 노텔의 이 전략은 베이의 IP라우팅, ATM스위칭 기술 및 데이터 제품군과 노던텔레컴의 사설전화망(PBX) 제품간의 통합을 통한 다양한 멀티서비스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노텔은 자사 PBX인 「메리디언」과 베이의 네트워크 관리SW인 「옵티비티」간 호환성 강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베이의 라우팅 기술을 이용해 노텔의 음성기반 「패스포트」 스위치에 IP 인터페이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노텔은 올해부터 노던텔레컴과 베이 제품간 브랜드 통합을 완료해 통신사업자용 데이터장비, 음성통신장비, 기업용 데이터장비, 통신장비 등 4개 부문으로 세분화해 네트워크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루슨트는 「멀티보이스 솔루션스(MultiVoice Solutions)」라는 이름으로 음성·데이터 통합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루슨트는 지난달 2백억달러에 인수한 어센드의 프레임릴레이·ATM·리모트액세스와 자사의 음성기술을 통합,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성·데이터 통합장비 개발을 추진중에 있다.

 또한 루슨트는 어센드와 중복된 제품분야인 ATM스위치와 네트워크관리 시스템 등에서 사업 재정비를 실시하는 한편 루슨트와 어센드 제품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스프린트 등의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같은 장비통합 외에 노텔과 루슨트가 앞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기업문화 통합이다.

 만일 이들의 기업문화 통합이 실패할 경우 영업·서비스·엔지니어링 부문에서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며 고객서비스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텔은 캐나다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베이네트웍스와 기업문화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한 루슨트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서양 기반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사내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어센드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라는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기업풍토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스리콤 등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청바지를 즐겨 입는 등 자유로운 사내풍토를 지니고 있는 데 반해 AT&T·IBM 등 미 동부지역에서 출발한 미국 기업들은 영국적인 사내문화를 아직도 유지, 일반직원들도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정장차림의 슈트를 착용해야 하는 등 상당한 기업문화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스리콤이 지난 97년 당시로는 초거대 규모인 66억달러에 US로보틱스를 합병했을 당시 이들간의 합병으로 시스코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스리콤은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자사의 기업문화와 동부의 보수적인 US로보틱스의 기업문화와의 통합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해 지난 2년간 사업전략 및 경영상의 혼란을 가져왔다.

 노텔과 루슨트의 네트워크시장 진입은 1천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에 가장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외신보도의 관점이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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