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역사는 종이 카드 또는 테이프에 구멍을 뚫어주는 키펀치 용역업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천공카드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60년대 초반. 그렇지만 당시 전문 기업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경제기획원 등에서 직접 직원을 채용해 작업했다.
60년대 말 컴퓨터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전자계산소(현 KCC정보통신), KIST전자계산실(현 ETRI컴퓨터SW기술연구소), 한국생산성본부 등이 키펀치 요원을 양성해 공공기관 용역업무를 따냈고 이때부터 키펀치 용역업은 독자 영역을 확보한다.
키펀치 용역 전문기업은 72년에 10개에서 73년 16개사, 74년께 23개사로 해마다 늘어났다. 엄밀히 말해 단순한 입력작업인 키펀치 용역을 SW업으로 부를 수는 없으나 잘 훈련된 프로그래머가 필요해 당시에는 SW로 분류됐다.
명실상부한 국내 SW산업은 한국전자계산소, KIST 전자계산실, 한국보험전산, 서울컴퓨터센터, 금융기관 전자계산본부, 정부 전자계산소 등이 업무용 SW개발 분야에 손을 댄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초보적인 개발 용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사실상 국내 SW산업은 IBM·후지쯔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컴퓨터업체가 도입한 외산 SW가 독주했다.
실질적인 국내 SW산업의 역사는 80년대부터 시작된다. 「IBM PC」 등장으로 PC 시대가 열리자 운용체계(OS)를 비롯한 SW에 대한 수요가 본격화했으며 이를 개발해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국내에서 점차 활발해졌다.
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개발센터는 산학 연구과제로 보급형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다. 한화그룹 계열의 고려시스템산업은 이 SW를 「명필」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으며 이는 국내 최초의 워드프로세서로 기록된다.
또 영문 워드프로세서의 대명사인 미국의 「워드스타」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큐닉스의 으뜸글도 나왔다. 또 벤처 SW기업 1세대인 비트컴퓨터가 이 해에 설립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큐닉스와 기술 제휴를 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83년을 전후로 국내 SW산업은 드디어 하드웨어에 종속된 산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의 SW분야에 대한 진출도 활발해져 81년에 쌍용정보통신이 설립됐으며 삼성SDS와 LGEDS도 각각 85년과 87년에 설립됐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기술수준을 한단계 높인 국내 SW산업은 PC의 대중화와 이에 따른 SW수요의 활성화를 계기로 80년대말 벤처SW기업의 창업 붐을 이뤘다. 87년에 퓨쳐시스템이 탄생했으며 89년에는 휴먼컴퓨터와 한메소프트가 설립됐다. 이듬해에는 한글과컴퓨터가 등장한다.
이들 업체의 등장으로 국내 SW산업은 90년대 초반까지 워드프로세서·전자출판 SW와 같은 개인용 SW 분야에서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벤처기업의 자생력 확보가 힘든 국내 구조는 개인용 SW 시장에 의존하는 벤처SW 기업들을 더이상 도약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90년대 들어 개인용 SW보다는 기업용 SW 시장이 본격화했다. 국내 SW산업도 그룹웨어·데이터베이스(DB)·문서관리와 같은 업무용SW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89년 오라클의 한국시장 진출과 91년 핸디소프트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90년대 후반기에는 인터넷 관련 SW와 각종 업무용 SW를 통합 운용하는 SW에 대한 수요가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신규 벤처기업이나 외국업체의 진출도 이들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길게는 3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SW산업은 지난해 말 현재 총 시장규모가 5조3천억원에 달하는 산업으로 커졌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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