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관련기관.. 출연연구기관

 국내 전자산업이 40년이란 짧은 기간에도 양적인 성장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초기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역할이 크다. 특히 특정연구개발사업이나 국책연구개발사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다 「우리 손으로 뭔가 해내고 말겠다」는 출연연 연구진들의 오기가 한몫을 했다. 선진기술을 이전받고서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거나 선진국들이 낡아빠진 기술을 이전해줄 때 군소리 못하고 받은 설움을 겪어야 했던 국내 전자업체들에 독자적인 기술자립을 뒷받침해준 것도 출연연이었다.

 수출이 지상과제이던 시절, 출연연의 맏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해 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출연연이 전자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은 말할 수 없이 많다. KIST는 독자기술 개발은 물론 외국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소화해내지 못했던 초창기 국내 전자산업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지난 66년 산업계 연구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첫 출범한 KIST는 해외과학자 국내 영구귀국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 과학기술자를 대거 유치했고 특히 60∼70년대 FM 휴대형 무전기, 포켓용 계산기, 트랜지스터, 레이저발진기, 광섬유 개발 등 신기술 개발로 전자산업 기술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모든 출연연 기관의 모체인 KIST는 89년 KAIST와 분리할 때까지 수많은 첨단 전자기기와 부품소재류 등을 개발, 국내 전자업체들의 기술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 부문의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ETRI는 반도체·컴퓨터·통신시스템 관련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개발품이 VCR용 집적회로, 1MD램,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용 CPU보드, 32비트 유닉스컴퓨터, 행망용 주전산기 타이컴시리즈, 고속병렬컴퓨터, 전전자교환기인 TDX시리즈, ATM칩, CDMA시스템, 위성통신시스템 등을 개발한 것이 그것. 출연연은 기초기반기술을, 기업은 상업화기술 개발을 각각 담당해온 연구개발의 역할분담이 가져다준 결과다.

 정부의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에 편안하게 연구해온 출연연들이 이젠 들판에 내놓은 화초처럼 흔들리고 있다. 이익 개념보다는 독자기반기술 확보라는 측면에서 운영되어온 출연연이 이제 일반 기업처럼 이익을 내야 하고 대학이나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험난한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출연연구기관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올해부터는 기초기반기술을 담당해야 할 출연연들이 「이제부터는 돈되는 연구」를 해야 하는 처지여서 벌써부터 연구계에서는 기초기반기술의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더욱 크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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