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인터뷰.. 강진구 삼성전자 회장

 현 삼성전기의 강진구 회장. 그를 일컬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대부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70년대 초 국내에 반도체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반도체사업 진출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강 회장이다. 세계 제1의 반도체업체인 삼성이 있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며 또 삼성의 「앞선 선택」이 LG나 현대로 이어져 오늘날 우리나라를 메모리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 것도 바로 그에게 힘입은 바 크다.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중심입니다. 반도체가 없는 전자산업은 엔진을 못만드는 자동차산업과 같습니다.』

 강 회장은 삼성그룹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결정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내 D램산업이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류사업으로 확고하게 성장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시의적절한 선택」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3년 D램사업 진출을 결정한 뒤 재미 과학자들을 모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지 단 6개월만에 64KD램을 개발했을 때의 기분은 천하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64KD램은 당시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기술을 이끌던 일본업체들조차 개발에 5∼6년이 걸렸던 제품이다. 강 회장은 이것으로 당시 10년 이상 뒤져 있던 미국·일본과의 기술격차를 2∼3년으로 좁혔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84년 중반만 해도 개당 3.5달러 선이던 64KD램 가격이 85년 하반기에는 30센트까지 폭락,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그러나 이때 얻은 교훈은 그후로도 숱하게 발생한 반도체파동을 견디고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2백56KD램과 1MD램을 개발하고 16MD램부터는 미국과 일본업체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제품 양산에 성공하는 등 삼성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얻은 교훈은 연구개발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국내업체들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체개발보다 훨씬 값싸고 신속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은 사고 필요한 사람은 비싼 대가를 주고라도 데려와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뒤 한단계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강 회장은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수년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메모리제품과 기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지나치게 메모리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약 삼성전자가 50%의 힘만을 메모리에 쏟고 나머지 50%를 비 메모리분야에 투자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최고의 자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반도체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비 메모리분야의 투자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메모리반도체분야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강 회장은 『앞으로도 메모리분야는 영원히 필요한 것이고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이라면서 『세계 모든 D램업체들이 수천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1조원의 순익을 올린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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