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가전부문.. 백색가전

 냉장고와 세탁기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백색가전산업은 지난 65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국내 최초로 냉장고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그 당시만 해도 거의 모든 가전용 전자제품은 극히 일부의 부유층에서만 외산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금성사가 국내 최초의 직냉식 냉장고(모델명 GR120)를 개발해 보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백색가전산업의 태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금성사는 이어 68년 3월과 69년 5월에 각각 국내 최초의 에어컨인 「GA-111」과 역시 국내 최초의 세탁기인 「WP-181」을 개발, 생산에 나서 외산제품을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금성사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백색가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이후 74년 3월 삼성전자가 시장에 참여하고 80년대초 대우전자가 가세해 현재의 가전3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국내 백색가전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게 된다.

 실제로 가정용 전자제품의 대표격인 냉장고는 76년까지만 해도 연간 20만대 가량의 시장을 형성하고 보급률도 8.5%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79년에는 시장규모가 1백만대를 넘어서고 94, 95년에는 2백만대 시장을 형성하면서 보급률이 1백%를 넘어섰다.

 세탁기도 시장규모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쳐 이제는 완전한 성숙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에어컨은 일찍부터 수출형 제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시장 보급률이 아직 20∼30%에 불과,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남아 있다.

 90년대초 에어컨 시장에 참여한 만도기계가 94년 이후 1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전문업체들이 나름대로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는 79년 6월 삼성전자가 자체기술로 개발, 생산에 나선 「RE ­ 7000」이 최초의 국산 제품이었다. 이 시장은 금성사가 가세한 81년 1천2백대 규모에서 92년 70만대 이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생산량도 81년 12만대 수준에서 88년에는 1천만대를 넘어서는 등 연평균 70%가 넘는 고속 성장을 지속, 현재는 국내 업체들이 연간 3천만대 가량으로 추정되는 세계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국내 전자산업의 주축을 이룬 백색가전제품 가운데 아직 보급률이 낮은 에어컨과 최대의 수출효자상품인 전자레인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90년대 중반이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공장에 대한 자동화 및 생산량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가 90년대 중반부터는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해외진출을 서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97년말 불어닥친 IMF한파로 인해 국내 백색가전산업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냉장고 시장은 전년보다 70만대(41%) 줄어든 1백20만대 규모를 형성하는 데 그쳤고 세탁기 시장도 75만대 규모를 형성, 97년 대비 37% 감소했다. 에어컨도 97년 1백27만대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75만대 규모로 40.7%나 감소했으며 전자레인지 역시 97년 80만∼90만대 규모에서 98년에는 45만대 규모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형성하는 등 앞으로도 백색가전 시장은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색가전 수요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올해는 특히 국내 가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우전자가 백색가전 사업을 사향길에 접어든 사업으로 보고 규모를 축소해 나가고 있는 삼성전자로 넘어갈 것이 확실해지면서 백색가전산업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은 이처럼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국내시장에만 주력해온 이들 백색가전 제품을 수출형 제품으로 전환해 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은 백색가전 분야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과는 달리 전자레인지나 에어컨 등 수출비중이 높은 제품의 경우 백색가전제품이면서도 가전업계에 효자상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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