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국제음반산업연맹 한국지사장
작년 한국 음반시장 규모는 생산공급가(PPD:Published Price to Dealers) 기준으로 약 1천4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합법적인 음반물은 약 1천3백억원 정도이고, 불법시장 규모가 약 1백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97년과 비교하면 합법적인 음반시장은 무려 31.8%가 하락한 반면 불법시장은 불과 2%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IMF 경제한파 등으로 인한 매출감소로 정규 음반시장이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음반시장은 예년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불법음반의 제작과 유통은 정규 음반사들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음반복제 해적행위에 대한 일차적인 피해자는 음반을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한 음반제작사이겠지만, 포괄적으로는 저작자의 창작의욕 저하와 유통시장 질서 붕괴 등을 불러온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음반을 구매하게 마련이다. 이때 동일한 음반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것은 당연한 구매경향이다. 그런데 불법물의 가격은 정규제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별다른 노력과 금전적인 투자 없이 대량 생산되는 불법물은 음반제작사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도산으로 내몬다. 결국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을 위한 투자가 중단될 것이고, 최종적인 피해자는 음반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될 소비자들이 되는 것이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연간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5년 세계 음반시장의 불법음반물 규모는 무려 2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에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보호하고 불법물을 근절시키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지하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불법물 제조 및 유통을 단숨에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명의 도둑을 잡기 위해 열 사람이 동분서주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도둑이 열 명이고 경찰이 한 명인 꼴이다.
불법물 제조·유통업자들의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CDR·MP3 등 이른바 하이테크놀로지에 편승한 불법복제 및 유통행위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불법음반의 제작·유통으로 인한 폐해가 명확한데, 그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음반제작 시설을 갖춘 업체들이 정당하지 않은 음반물이 제작·배포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 문화공급자로서의 사명감을 갖자는 이야기다.
점조직화된 불법물 유통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 및 정화도 필요하다. 이들은 단순한 중개상이 아닌 불법물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등 불법물 제작·유통의 핵심이다.
소비자들도 정당한 음반을 구입해야 한다. 자신이 애호하는 연주자나 아티스트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좀더 나은 음악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데서 출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 각자가 애호하는 음악가들과 이들의 음악을 정당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음반사들에 좀더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건전한 음반산업 정착에 동참하는 일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음악향유권을 확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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