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 경영권 어디로 가나

 영국 보다폰이 미국 에어터치사를 무려 5백60억달러를 들여 전격 인수한 파장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 신세기통신에까지 밀려올 전망이다.

 에어터치는 신세기통신의 제3대 주주. 지분의 20.5%를 확보하고 있는 포항제철과 19.2%를 갖고 있는 코오롱에 이어 10.6%를 보유하고 있다. 보다폰에 인수되기 전 에어터치는 신세기통신의 지분확장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포항제철·코오롱·에어터치·SBC로 갈갈이 찢긴 채 뚜렷한 주인 없이 굴러 가던 신세기통신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이동전화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누가 최대주주가 되건 조만간 주인이 등장할 것이고 이는 다시 동종업계의 인수합병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문제는 영국 최대이면서 이번 에어터치 합병으로 세계최대 이동전화회사로 재탄생한 보다폰의 의중이다. 보다폰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 이동전화시장 진출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가을 배순훈 전정보통신부 장관이 영국을 방문,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때 적극적인 투자의향을 밝혔고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를 둘러싼 다소 건방진(?) 메일을 정통부 장관 앞으로 보내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다.

 보다폰은 원래 SK텔레콤에 투자, 양국간 최대 이동전화사업자로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시장은 물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을 동원, 해외시장 진출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SK텔레콤은 『보다폰과의 협상은 끝났고 제휴선은 보다폰이 아니다』고 확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었다.

 그런 보다폰이 에어터치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세기통신의 3대 주주가 된 것이다. 보다폰이 여전히 한국시장에 미련을 갖고 있다면 신세기통신을 통한 진출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신세기의 기존 대주주인 포항제철과 코오롱의 지분을 넘겨받아 사실상 한국의 자회사 형태로 운용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신세기의 기존 지분을 국내기업 혹은 또다른 외국기업에 팔아치우는 가설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이동전화 구조조정이 엉뚱하게도 영국 보다폰으로부터 촉발되는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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