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행정부처의 과당경쟁

정부가 민간기업간의 빅딜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채근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과당경쟁으로 인해 전체적인 효율이 떨어지는 점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정부 및 산하단체의 구조조정도 추진되고 있기는 하나 부처나 기관간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의 조정은 미진해 보인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 부문에서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과당경쟁」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케이블TV 등 법적으로는 물론 사업자간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까지 서로 외면하고 나란히 달리는 모습은 별로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게임 분야의 경우 문화부가 자금을 지원한 작품이 정통부 산하기관의 지원대상 작품으로도 선정돼 「중복지원」 시비를 받고 있는가 하면 지난 5월 말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던 게임 전문 전시회인 「E3」에는 문화부와 정통부가 각각 산하단체나 기관을 통해 참가지원업체를 선정하고 부스를 별도로 마련해 「집중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PC게임 전문 전시회 「유럽컴퓨터무역전시회(ECTS)」에서도 E3와 같은 모습이 재연될 소지가 높다는 소리가 들린다. 문화부가 작년에 이어 이 행사 참여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마련, 관련단체를 통해 현황을 파악중인 가운데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ECTS에 참여하는 게임업체를 지원키로 하고 이미 8개 업체를 선정, 업체당 수백만원씩의 참가비를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양 부처는 이번에도 업체 선정에서부터 전시장 설치, 운영 등에 대해 협의하지 않은 채 냉기류가 흐르고 있고, 관련업체들은 양쪽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부처는 다르지만 업계나 국민에게는 하나의 「정부」로 인식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을 텐데 작은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 기관에도 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기업들의 「과당경쟁」까지 흉내내라는 것은 아닐 게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선심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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