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벼랑에선 부품업계 다시 한번 뛰자 (2);연구개발

IMF의 한파로 연구소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있다. 회사가 살아남기위해 비용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연구소도 예외일 수 없다. 연구소도 한푼이라도 아껴쓰기 위해 불을 끄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연구소의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움츠려 들고 있다.

차세대 첨단 부품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 연구소의 한 임원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연구소의 비용을 늘려야 하는 데도 비용을 줄이고 있는 다른 사업부서의 눈치가 보여 아직까지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면서 『현재 한푼이라도 연구비를 더따기 위해 사업부서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들려준다.

IMF의 한파가 닥치기 전만해도 중소전자업체들은 기술개발에 힘을 써왔다. 업체들은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80년대 이후 부설연구소의 설립에 적극 나섰다.

97년 9월 현재 전기전자업체들이 설립한 부설연구소는 1천2백63개로 전체 기업부설연구소의 42.7%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들은 연구소의 설립과 함께 많은 연구비용을 사용해왔다. 세계적인 디스플레이업체인 삼성전관은 기술본부의 개발투자비를 지난 95년 전체매출액대비 1.44%인 3백29억원에서 96년 1.74%인 5백13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회사는 이 금액을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2%인 7백2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제 우리업체들의 겉모습은 어느정도 선진국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부품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은 여전히 경쟁대상국인 선진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최근 서울리서치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70여개 부품업체의 경영자들 스스로가 우리의 경쟁력을 선진국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고속 성장을 하다보니 선진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뒤쫓아가기 바빠 우리 스스로 기술개발보다는 「베끼기」를 통한 제품개발하는 데 급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IMF의 한파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가운데 IMF체제로 들어서면서 자금난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면서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로 성공을 거둔 부품업체들의 경영자들은 『전쟁중에도 다른 한쪽에선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서 『아무리 기업이 어렵다해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칩부품에서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전문업체로 성장한 쎄라텍의 오세종사장은 『이렇다할 매출도 없이 투자만 할 때는 어려움도 컸지만 초기에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R&D에 주력한 것이 지금와서 큰 보약이 됐다』면서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익금의 대부분은 재투자할 정도로 R&D에 온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하나로 대기업도 부럽지 않는 안정된 경영을 꾸리고 있는 통신용 부품업체 액티패스 박헌중사장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사장은 『무한경쟁시대에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R&D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특히 뿌리가 약한 벤처기업으로선 기술력외엔 내세울게 하나다 없다』고 밝혔다.

IMF를 극복하기 위해 너무 단기 위주의 경영에 치우쳐 기술개발에 소홀히 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토대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여건이 어렵다해도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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