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ERP] ERP와 컨설팅

ERP시스템 구축사업은 프로세스 위주의 업무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실제 구축과정으로 이뤄진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으로는 단연 회계법인과 컨설팅 회사가 꼽힌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 유명 컨설팅회사들은 오랫동안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전반에 대한 변화와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이에 대한 보고서 형식의 조언을 제시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들은 또 기업업무 혁신과정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 기업업무를 분석하고 효율적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유형 체계도 정리해놓고 있다.

회계법인들 역시 기업의 정기적인 회계 및 결산과정을 통해 해당기업의 제반 경영사례를 낱낱이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한 기업 업무형태의 구조적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부류에 속한다.

외국 유명 ERP업체가 일찍부터 세계적 명성이 있는 컨설팅회사와 제휴해 ERP시스템 구축사업에 동반 진출하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것도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컨설팅회사는 ERP패키지 공급사가 시스템 구축시에 전문컨설팅을 제공해오면서 상호 의존관계를 다져온 것이다. 이같은 역학관계는 필연적으로 ERP 구축산업에서 이들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해주면서 컨설팅 업무를 더욱 전문화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경영흐름 면밀히 분석 일반적으로 ERP 구축비용 구성비율을 보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 컨설팅 비용이 각각 1:2:2, 또는 1:2:4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컨설팅 비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ERP컨설턴트의 영향력은 프로젝트 초기단계에서는 물론 사후 유지보수 과정에까지 파급될 정도다. 따라서 ERP에서 차지하는 컨설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정도로 내용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ERP 도입 역사가 일천한 만큼 이 역할을 맡고 있는 컨설팅사 및 회계법인의 역할이 점점 더 중시되고 있으며 ERP패키지사와 주요 SI업체 및 회계법인의 협력관계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SI업체들이 ERP컨설팅에 관심을 보이면서 유명 ERP업체들과 잇따라 제휴관계를 갖고 사업참여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 ERP업체들도 이른바 「6강」으로 불리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아서앤더슨, 쿠퍼스 & 라이브랜드, KPMG, 딜로이트, 어네스트 영 등의 세계 유명 컨설팅업체들과 본사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6강이라 일컫는 이들 컨설팅업체는 국내 회계법인과도 제휴해 ERP시스템 구축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협력관계를 보면 프라이스워터하우스가 컨설팅 전문업체인 CSG사와, 아서앤더슨은 안권회계법인, 어네스트영은 영화회계법인, KMPG는 KMPG산동회계법인, 쿠퍼스 & 라이브랜드는 삼일회계법인 등과 각각 지분참여 또는 제휴관계를 맺었다.

국내 회계법인들은 5∼6년 전부터 기존의 회계업무 외에 기업경영에 밝은 인력을 합작컨설팅사 본사에서 교육,전산회계 부문 및 ERP분야의 인력양성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 ERP패키지 업체들도 이들과 제휴, 또는 협력관계를 맺고 ERP사이트에서의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컨설팅업체나 회계법인들은 연간 매출 2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을 1계층(Tier1:T1), 1백억∼2천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을 2계층(2Tier:T2), 1백억원 이하 소기업을 3계층(3Tier:T3) 기업으로 분류하고 자사와 협력한 ERP업체의 패키지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게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ERP시스템 구축시 컨설턴트 역할은 크게 프로세스, 기능, 데이터 컨설팅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단계는 기업이 ERP프로젝트를 실시할 경우 사전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ERP컨설턴트는 「프로세스 컨설팅」단계로 부르는 이 과정에서 ERP 추진개념을 명확히 하고 전사적인 공유를 이루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수없이 이뤄진 외국기업의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기업 업무 재구축, 이른바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 가능성 분석 등을 통해 이 과정의 컨설팅을 수행하게 된다.

본사차원 협력 강화 두번째 단계는 「기능(Function) 컨설팅」으로 부르며 ERP패키지에 대한 전문적인 기능수행 방식 구현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는 ERP 기능에 대한 풍부한 개발 경험, 지식을 갖춘 패키지 개발사가 참여해 고객 기업들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 시스템 연동 및 각종 기능에 대한 수행 가능성 등을 조언해준다.

세번째 단계는 「데이터컨설팅」 과정으로 분류되며 컨설턴트는 이 시점에서 고객회사 전산환경에 가장 적절한 데이터 코드화, 표준화를 위한 컨설팅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ERP시스템 도입역사가 짧은 가운데 특히 외국 ERP패키지를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우리 기업에 핵심 컨설턴트는 아직까지도 절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패키지를 이용한 실제 구축경험이 중요한 ERP컨설팅의 성격상 다양한 ERP패키지를 두루 경험한 컨설턴트가 많지 않은 것도 우리 현실이다.

실제로 수백명 규모의 회계사를 갖춘 국내 회계법인의 경우도 50명 미만의 컨설턴트 인력만 확보한 곳이 대부분이며 컨설팅에 응할 수 있는 패키지를 2∼3개사 제품 정도로 국한해 전문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에 1~3천달러 그리고 ERP 전문 컨설턴트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예외없이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달러베이스로 결정되며 하루에 1천∼3천달러의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와 합작해 SAP의 R/3와 QAD패키지를 대상으로 ERP컨설팅에 주력해온 CSG의 최영상 사장은 『그나마 제대로 훈련된 컨설턴트를 적시에 확보해 시스템 구축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달 동안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영진(CEO)과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치밀함이 필요하다』는 말로 제대로 된 ERP컨설팅 과정과 컨설턴트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러 회사에서 내놓는 각종 ERP패키지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회사의 성격과 맞는지, 또 어떤 프로세스가 강조된 모듈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하고도 주도면밀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년도에 만개할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ERP시장에서 유지보수는 물론 신규사이트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내외 ERP업체에 전문인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은 전문인력 확보를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과제로 삼고 전문 컨설턴트 양성 및 교육과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AP코리아, 한국SSA, 바안코리아, 한국오라클, 한국QAD, 한국기업전산원, 한국하이네트 등 국내외 주요기업들은 기존 컨설팅 인력만으로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시장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문 컨설턴트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적극 진행중이다.

SAP코리아는 내년 1, Mbps분기까지 40명 정도의 컨설턴트를 새로 양성해 80명 가량의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독일, 필리핀 등에 있는 교육센터인 파트너아카데미에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오라클도 80명의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기존 프로젝트 사이트 고객 및 SI협력사 대상의 교육을 펼치는 등 사내외적인 전문인력 확대를 적극 진행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본사 지원을 받아 앞으로 2년 동안 LG-EDS시스템내에 약 2백명의 전문 컨설턴트를 육성할 계획이다.

바안코리아도 전문 컨설턴트 인력 확보를 통한 시장확대에 전력하기로 하고 협력사에 대한 핵심프로세스 모듈에 대한 교육과정 개설해 교육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QAD는 내년 자체적인 전문 컨설턴트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나 인력확보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대리점인 대우정보시스템, CSG 등이 단계적 양성을 추진중이어서 내년 말까지는 올해의 두배 수준인 2백명의 전문컨설턴트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한국기업전산원이 지난달 자사 패키지인 「톱 엔터프라이즈」 중심의 컨설팅 자회사인 ERP컨설팅그룹을 설립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자체보유 컨설턴트 규모를 기존의 두배인 2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하이네트도 내년 상반기까지 「인프라ERP」를 다룰 50여명의 자체 컨설턴트를 확보하기로 했으며 한국능률협회, 영화회계법인 등 제휴사를 통한 정례적인 인력교육 및 양성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ERP업계는 기업경영 혁신을 지원하는 최적 솔루션으로 떠오른 ERP시스템 구축 전문가 확보노력을 하며 내년도 ERP시장 대회전에 대비하고 있다. 따라서 최신 컴퓨팅 기술과 업무 프로세스의 이해가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ERP전문 컨설턴트에 대한 기대감과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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