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폰사업이 사실상 와해국면에 빠지면서 시티폰 단말기를 주력 생산해 온 중소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이 재고부담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특히 일부 단말기업체들은 사업자들과 이미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개발 지원금까지 받아 생산에 나섰으나 사업자들이 최근 납품을 일방적으로 거부해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5일 시티폰 제조업체들이 자체 조사한 「시티폰 재고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11월말 현재 완제품 18만6천대와 이미 사업자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확보한 자재분 61만 9천대 등 총 81만대의 재고를 안고 있으나 서비스 사업자들의 사업부진으로 판로가 좁혀져 자칫 연쇄도산까지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체별 재고를 보면 엠아이텔, 유양정보통신, 한화정보통신 등이 완제품과 자재를 합쳐 각각 14만대, 11만대, 8만5천대 등 상대적으로 많은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12개 시티폰업체의 평균 재고물량은 5만∼6만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시티폰과 9백㎒ 무선전화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기지국 시티폰(HBS)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재고 물량은 87만대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를 생산원가로 단순 계산할 경우 총 1천억에 이르는 규모이다.
시티폰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무선호출기와 시티폰을 같이 생산하고 있으나 시티폰 사업자들이 모두 무선호출 서비스업체들이어서 계약된 물량 처리를 사업자들에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시티폰만을 단일 품목으로 생산해온 일부 중소업체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자금시장이 크게 경색돼 회사자금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티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미 사업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했거나 자재 물량을 확보했지만 시티폰 서비스가 존폐위기에 몰리면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업체는 이미 시티폰 공급 계약서를 교환하고 5억∼10억원에 이르는 개발비를 지원받는 등 확실하게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조업체들에만 재고 물량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사업자와 정부는 시티폰 사업권 포기와 관련해 기지국 장비 이관, 가입자 불이익 측면만을 주로 논의하는 등 제조업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시티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지난달 말에 1차 시티폰 제조업체 모임을 가진데 이어 다음주까지 2,3차 모임을 갖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사업자와 정부측에 이같은 제조업체의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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