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레벨 저장방식 플래시메모리 제품화 "러시"

멀티 레벨 저장방식을 채용한 NOR형 플래시 메모리의 출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샌디스크와 마쓰시타 연합, 산요전기 등은 이미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인텔과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등도 출하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또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와 후지쯔 연합, NEC 등도 곧 출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NOR형 플래시메모리는 NAND형 제품에 비해 데이터 접속 시간 등의 성능은 우수하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게 흠으로, 주로 코드 프로세싱용으로 사용돼 왔다. 최근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멀티레벨 저장방식은 바로 이 NOR 사양을 기초로한 기술로, NOR형 플래시메모리 가격 인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멀티레벨 저장방식을 채용한 NOR형 플래시메모리는 현재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녹음기 등 대용량 데이터저장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NAND형 플래시메모리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멀티레벨 저장방식은 한 개 메모리셀에 복수 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80년대 중반 처음 제기됐으나 당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95년부터 시작된 D램 가격 하락에 자극된 플래시메모리업계가 플래시메모리 가격경쟁력 확보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멀티레벨 저장방식이 다시 떠올랐다.

멀티레벨방식의 플래시메모리를 가장 먼저 양산한 업체는 미국 샌디스크와 일본 마쓰시타전자 연합으로, 지난해 말 샘플 출하를 거쳐 올 중반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이들업체가 양산하고 있는 제품은 64Mb/32M(집적도/셀 수) 제품으로 칩 사이즈는 1백35mm다. 양사는 또 최근에는 집적도 80Mb급 제품을 개발, 12월부터 출하한다는 계획도 발표해 놓고 있다. 그 다음으로 양산에 들어간 업체는 일본 산요전기로 칩 사이즈 56mm의 16Mb/8M 제품을 올 2.4분기부터 출하 중에 있다. 그러나 이들업체들이 양산하고 있는 제품은 자체 수요와 특정 업체 공급용 등으로 그 용도가 한정돼 있다.

용도가 한정돼 있지 않은 최초의 일반 제품은 플래시메모리분야 최대업체인 인텔에 의해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 9월 멀티레벨방식을 채용한 플래시메모리 「스트라타플래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현재 칩 사이즈 75.09mm의 32Mb/16M 제품을 샘플 출하 중에 있는데 본격 양산시기를 내년 1.4분기로 잡아 놓고 있다. 또 1백25mm, 64Mb/32M 제품도 내년 1.4분기 샘플 출하를 거쳐 2.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또 일본 도시바가 1백28Mb급 제품을 내년 2.4분기 중에, 히타치제작소는 2백56Mb급 제품을 내년 말에서 99년 초 사이에 제품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 사양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플래시메모리업계 2위업체인 미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AMD)사와 후지쯔 연합, 그리고 샌디스크와 기술 제휴하고 있는 NEC등도 멀티레벨방식 제품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각 업체들은 모두 우선은 1개 셀에 2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2비트/셀 기술부터 실용화하고, 이후 3비트/셀, 4비트/셀 순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기술 발전 여하에 따라서는 비트 단가도 현재의 2분의 1, 3분의 1, 4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각 업체들의 목적은 비트 단가 절감을 통해 새로운 용도를 개척해 시장을 확대한다는데 있다. NOR형 플래시메모리는 지금까지 네트워크, 이동통신단말기 등의 코드 프로세싱용으로만 사용돼 왔다. 이유는 데이터 접속 속도 등은 빠르나 가격이 바싸기 때문으로, 이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저장용 시장은 NAND형 제품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멀티레벨 저장방식의 채용으로 NOR형 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앞으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NOR형 제품이 NAND형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날도 그다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NOR형 플래시메모리 진영과 NAND형 진영의 이같은 싸움은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전체 플래시메모리 시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래시메모리업체들은 멀티레벨 저장방식이 발표될 당시에는 「멀티레벨방식은 실뢰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최근 가격 경쟁력이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자 「멀티레벨방식 전개를 위해 신뢰성을 어떻게 높여 나갈 것인가」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멀티레벨방식을 채용한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많은 업체들이 이 방식의 채용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앞으로 한꺼번에 새로운 요소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제품 다양화 여하에 따라서는 멀티레벨방식이 플래시메모리분야의 주요 기술로 자리 매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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