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81)

클릭.

단 한번의 클릭으로 화면의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변하게 된다. 오른손 검지 하나로 새로운 화면이 열리게 된다.

혜경은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날카롭게 생긴 화살표를 바라보았다. 오프라인이라고 쓰인 글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손가락 하나만 까딱이면 환철의 컴퓨터 시스템과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혜경의 컴퓨터는 환철의 컴퓨터와 일반통신망을 통하지 않아도 회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늘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번의 클릭으로 언제든 온라인으로 연결이 가능했다. 환철이 2020호실로 숙소를 옮기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1818호실을 혜경에게 제공했고, 그때 환철은 컴퓨터 하나를 2020호실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해 놓았다. 혜경에게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것은 유혹이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혜경에게 빠르고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는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은 유혹이었다. 위성방송은 물론, 음악과 영상물, 기타 자료까지 환철이 구축해놓은 자료들이 혜경을 한단계 한단계 더 깊숙이 컴퓨터 속으로 빠지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컴퓨터 게임이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게임. 게임 프로그래머답게 환철은 수많은 게임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었고 혜경은 그 게임에 심취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혜경은 알지 못했다. 이미 설치되어 있는 시설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환철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원한다면, 환철이 원한다면 샤워하는 모습은 물론 자신의 숨소리, 맥박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장치되었다는 것을 혜경은 알지 못했다.

뿌요 뿌요, 뿌아아아아- 디주리두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혜경은 화면 속에 나타나 있는 화살표를 계속 바라보았다. 잠깐이지만 승민의 얼굴이 화면에 어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마우스의 볼을 굴려 화살표를 닫기에 놓고 클릭하면 돼.

마우스를 움직여 화살표를 닫기에 놓았다. 하지만 혜경은 다시 오프라인에 화살표를 맞추었다. 어쩔 수 없어.

이젠 클릭해야 돼. 촛불을 준비해야 하는 거야. 마지막이야.

이번 촛불이 마지막이야. 정말 마지막.

혜경은 화면의 화살표를 바라보며 클릭 후 어떤 게임을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어떤 게임이든 상관이 없었다. 혜경의 육체가 원하는 것은 환철이었다.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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