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10월 토론회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다. 「정보통신산업의 해외진출」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국내기업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술공유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같은 방식으로는 핵심기술의 도입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 대안으로 기술인력을 해외시장에 대거 송출, 체험을 통한 핵심기술의 습득과 함께 새로운 틈새시장 침투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참석자들은 특히 해외 홍보 및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수출확대를 위해 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장치가 필수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날 모임의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조창제(핸디소프트 그룹웨어사업부 이사)=국내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 및 축적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해외 파트너 선정도 해외시장 진출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요소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1억5천만달러(5년간) 상당의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수출키로 한 핸디소프트의 경우 일본 내에 1백60개의 계열사와 2만여개의 협력사를 갖춘 아마다그룹을 파트너로 정해 그룹웨어에 대한 대량 수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제품의 특성상 해외진출을 위해 해당 사이트에 맞는 커스터마이징(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새로운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정보통신분야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지탱해온 규모의 경제가 이제는 인터넷 등 가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네트워크 경제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자금과 인력이 많은 대기업이 지배하던 시대는 가고 새로운 시장이나 커뮤니티(지역)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중소기업도 이같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장인경(마리텔레콤 사장)=게임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국내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특히 통신용 게임소프트웨어의 경우 한국통신의 과다한 전화요금체계로 시장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인프라 구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게임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생사의 문제와 곧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주지하다시피 20대 초반의 젊은층을 주축으로 한 핵심 브레인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일에 미친 사람들이다. 이같은 첨단기술과 지식을 갖춘 집단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법적, 제도적 지원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소프트웨어산업의 본고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인 만큼 한국의 유능한 20대들을 미국으로 보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걸림돌은 미국의 이민법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반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한국의 20대 브레인파워들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 또 게임 등 지식산업에 대한 가중치 평가와 함께 금융권을 통한 소프트웨어의 기술담보 정책도 조속히 시행돼야 할 것이다.
▲유광원(삼성SDS 이사)=첨단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는 이른바 20대 초반의 「크레이지 보이」에 대한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보다는 환경이 열악한 중소업체에 집중돼 있어 지원체제가 미약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 그들이 가진 끼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도 게임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라고 여겨진다.
▲정철(삼보컴퓨터 부사장)=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외국업체들과의 기술공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 인맥을 폭넓게 구축해야 한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의 정보교류도 대부분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미국시장 진출방식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일본 내에서 적용되는 2% 미만의 저금리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정보통신분야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지프데이비스와 컴덱스 등 미국의 유력 정보회사들을 매입,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중국도 미국시장에서 언어와 문화적 문제를 극복하고 인맥 신디케이트를 형성한 대표적인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는 미국에 아직 사회, 문화적으로 토착화되지 않아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송관호(한국전산원 본부장)=해외출장을 하다보면 외국에서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은 외국인보다는 한국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그 나라 문화에 스며들지 않아 토착화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국제화,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법과 제도의 개선을 포함한 획기적인 시스템의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한편 외국의 법과 제도도 충분히 연구, 검토해 유망 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용이하게 해야 할 것이다. 사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첨단기술만 보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비첨단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해외의 적절한 틈새시장 침투는 기술보다는 마케팅전략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두환(한창그룹 부사장)=미국은 지적재산권에 대단히 민감한 나라다. 따라서 핵심기술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보다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창그룹의 경우 미국기업으로부터 핵심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상대기업에 기술인력 제공이나 주식투자를 통해 기술공유를 시도하는 것이다.
또 AT&T 등 미국의 유력업체에서 조기퇴직해 중소업체에 새롭게 취업한 능력있는 사람들과 시스템업체들과의 공동 비즈니스를 통해 핵심정보를 확보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를테면 우회적인 방법이지만 한 단계 건너 아웃소싱을 통해 핵심기술의 획득이 가능하다.
▲이상근(한국전자산업진흥회 부장)=한국시장은 작다. 따라서 국내기업의 해외수출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중견기업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외적, 환경적 측면에서 특별한 대안없이 무조건 해외시장에 진출한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만업체들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인구와 국토면적 등이 적어 사업초기부터 해외진출을 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한다. 대기업의 하청이나 납품하는 형식을 취하는 대부분의 국내 중소업체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중소업체들이 기술이나 마케팅 등에서 해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특히 해외홍보 및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해외업무 관련기관을 보다 조직화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정리=김영민 기자>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 자국'있다면...“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
2
“인도서 또”… 女 관광객 집단 성폭행, 동행한 남성은 익사
-
3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ICC 체포영장 집행
-
4
“하늘을 나는 선박 곧 나온다”…씨글라이더, 1차 테스트 완료 [숏폼]
-
5
중국 동물원의 '뚱보 흑표범' 논란? [숏폼]
-
6
가스관 통해 우크라 급습하는 러 특수부대 [숏폼]
-
7
“체중에 짓눌려 온몸에 멍이” … 튀르키예 정부도 경고한 '먹방'
-
8
애플, 스마트홈 허브 출시 미룬다… “시리 개편 지연”
-
9
'Bye-Bye' 한마디 남기고....반려견 버린 비정한 주인 [숏폼]
-
10
틱톡 미국에 진짜 팔리나… 트럼프 “틱톡 매각, 4곳과 협상 중”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