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23);경박단소화 (상)

전자제품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최초로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경박단소화는 제품에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휴대형 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경박단소화는 한층 그 필요성이 더해짐에 따라 경박단소화는 현재까지 전자제품의 기본적인 성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경박단소화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소니의 「워크맨」. 소니는 음향기기는 어떤 특정 장소에 놓고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지난 80년대 초반 휴대성을 강조한 소형카세트를 시판해 전세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냈다.

이후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 경향은 크게 확대되어 최근에는 전화기, TV, CD플레이어(MD포함), 카메라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이 휴대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편승하고 있다.

획기적인 경박단소화를 일궈낸 분야는 컴퓨터산업 분야로 초기에 개발된 컴퓨터는 덩치가 너무 커 이를 설치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PC개념이 도입되면서 그 크기가 작아져 90년을 전후해서는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 PC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에는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정보단말기(PDA) 등이 선보이면서 경박단소화가 절정에 이르렀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PDA는 진공관을 이용했던 50년대 컴퓨터와 비교하면 그 크기가 수천배나 축소된 것이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전자 제품은 인간과 친숙해지면서 휴대형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뚜렸하다. 「제2의 수요 창출」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기기의 휴대품화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현 사회 풍토와 맞물려 전자산업 전반에 널리 퍼지고 있다.

90년대 들어 복합기능 제품 형태로 시중에 보급되기 시작한 CD플레이어도 자동차용과 개인 휴대용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 또 CD에 비해 크기가 한층 작아진 미니디스크(MD)는 높은 휴대성을 무기로 최근 일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기분야에서도 휴대성을 강조한 액정게임기의 보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다마고치」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컴퓨터, TV, 카세트, 게임기처럼 기존의 설치형 제품이 경박단소화로 인해 휴대형 제품으로 추가 개발돼 제2의 수요를 창출한 경우도 있지만 최초 출시 시점에서부터 휴대를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도 있다. 주로 통신 등에 사용되는 기기들이 그 대표적인 제품들로 휴대전화기, 호출기, 캠코더, 카메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가운데 카메라와 휴대전화기의 일부 제품은 「더 이상의 경박단소화가 필요치 않은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카메라의 경우는 현재 코닥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APS(어드밴스트 포토 시스템)의 판매 부진이 이를 반증한다. APS는 필름의 소형화를 통해 카메라의 휴대성을 한층 높인다는 취지가 반영된 새로운 사진 시스템이었다.

이 제품은 소형화 뿐 아니라 다른 성능의 향상도 기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소형화 측면에서는 수요 확대에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메라는 그 크기가 너무 작으면 손의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심해져 더 이상의 소형화는 차라리 사용을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품의 경박단소화는 휴대형 기기의 수요 확대에 크게 기여해 왔다. 카메라와 휴대전화기의 경우도 제품 크기 자체는 이미 사용에 편리한 수준까지 소형화됐으나 이를 위해 기능이나 전지 용량 등을 줄인 경우가 많다. 기능 확장과 전지용량 확대라는 개념은 계속 진보하고 있어 카메라와 휴대전화기의 경박단소화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개발된 휴대형 제품의 대부분이 원하는 기능과 원하는 전지, 메모리 용량을 모두 채용할 경우 그 크기는 더욱 커진다.

경박단소화는 제품의 다양화와 개인소유개념의 확대, 활동범위가 넓은 현대인의 생활환경의 변화 및 기능향상과 맞물려 앞으로 한층 더 활발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심규호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