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D램업체들 12인치웨이퍼 양산라인 조기가동 열기

한동안 반도체업체들의 경쟁조건에서 제외돼 왔던 웨이퍼 대구경화가 다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D램경기의 거품현상이 시작된 지난 93년말 이후 웨이퍼의 대구경화는 더 이상 반도체업체들의 경쟁력 기준이 아니었다.

93년에서 95년까지를 일컫는 D램의 거품기는 D램 수요의 급증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만들면 만드는 대로 팔리는 시기였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 반도체업계의 관심사는 어떻게 생산능력을 증강할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그 결과 반도체업체들은 D램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특히 엄청한 투자비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웨이퍼의 대구경화를 통한 원가절감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세리트)와 인터내셔널 300 이니시어티브(I300I)였다.

이미 경쟁력의 요건에서 제외된 웨이퍼 대구경화와 관련, 업체들은 이의 막대한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개발체제 구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업체들간의 공동개발체제가 형성됨으로써 웨이퍼 대구경화는 한층 경쟁조건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D램 시황이 악화되면서 12인치 웨이퍼의 조기 채용이 D램 가격 절감을 위한 중요한 선택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최근 조기 시장선점을 통한 이익확보를 겨냥해 주요업체들이 세리트와 I300I의 공동 프로젝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세계 64MD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최근들어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반도체 양산라인의 가동시기를 당초 계획한 2000년 이후에서 99년으로 잇따라 앞당기고 있다.

12인치 라인의 조기구축을 한 발 앞서 발표한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NEC.

이들은 이미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2차 SEMI 3백㎜ 심포지엄에서 99년 하반기부터 12인치 웨이퍼를 본격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최근에는 히타치제작소와 후지쯔도 99년 하반기부터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반도체 양산라인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미쓰비시전기도 당초 계획을 99년 후반기로 앞당길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12인치 웨이퍼 양산라인의 가동시기를 놓고 각 업체들은 상당히 부심해 왔고 지금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선례가 없고 검증되지도 않은 첨단분야에 먼저 진출해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투자부담과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해서 장비의 수율과 안전성 등이 모두 검증된 이후 참여한다는 것도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되기 시작한 12인치 웨이퍼화에 뒤처져 이익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주요 몇몇 업체들의 12인치 웨이퍼 양산 조기 단행이 D램 가격을 기존 D램 가격수준에 맞추려는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D램 버블의 정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움직임은 간단히 표현하면 기존 경향에서 벗어났던 D램 생산원가를 다시 원래 경향에 맞추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D램업체들로서는 이 「정산」이 큰 의미를 지닌다. 생산계획과 가격계획에서 일정한 원리 원칙을 가질 수 있어 버블기와 침체기에 계속됐던 혼란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D램 거품기인 지난 94∼95년 중반까지 반도체업체들은 원가절감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품이 걷히면서 D램 가격 하락속도를 D램 원가 절감속도가 따라잡지 못했고 이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반도체업계에 「D램 버블 청산」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버블 정산의 주요 수단으로 빠른 12인치 웨이퍼 도입이라는 선택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99년 본격 가동 결정이 업계 전반으로 파급될 경우 업체들이 생산원가를 약 33% 절감하면 기존 D램의 가격경향에 일치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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