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98」 출시 또 연기

「윈도98」 출시가 또 다시 연기됐다. 원래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출하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운용체계(OS)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는 그런 경향을 감안한다해도 「상습범」으로 분류된다. 독점에서 오는 여유로움의 표출로 볼 수 있는 MS의 이같은 태도는 윈도98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세계 PC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MS는 당초 올해 연말 특수를 겨냥한다는 방침 아래 차기 운용체계(OS)의 출하시기를 11월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일단 내년 1.4분기로 늦춘다고 발표했다가 최근에 또다시 2.4분기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MS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또 한번의 연기는 윈도3.1과 윈도95를 동시에 윈도98로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기술시험 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 이외 다른 지역에서의 시판은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1-2개월 가량 늦어질 것이 분명해 전세계에 윈도98이 풀리는 시기는 내년 연말 특수 때나 될 것으로 분석된다.

PC업계 입장에서 차기 OS의 출하시기 변동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OS의 출시는 PC업계의 제품 출하 시기 결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세계 PC업체들은 모두 차세대 OS 출하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러나 이번 「윈도98」 연기 발표의 경우는 상당히 재미있는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과 일본업계가 윈도98 연기에 매우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PC업계는 윈도98의 두 번째 연기 발표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반발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 배경을 들여다 보면 개발업체인 MS 자신 조차 「윈도98은 대히트작이 될 수 없다」라는 기묘한 선언을 해 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윈도98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브라우저가 처음부터 탑재된다. 숙적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를 의식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MS가 현재 가장 힘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야는 기업 네트워크용인 윈도NT다. 이 때문에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윈도95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 유저들 가운데 일부는 윈도98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윈도NT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장은 현재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겨냥한 정보기술(IT) 투자열기가 매우 뜨거워 올해 전체 PC출하대수가 17%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빌게이츠 회장이 PC 보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너브 시스템」도 그 목표는 기업시장이다. MS가 윈도98에 대해 처음부터 냉정할 수 있는 이유도 이처럼 수익원을 기업용 시장으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용 PC의 부진으로 PC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일본 PC업체들에 있어 윈도98 출하시기의 또한번의 연기는 상당한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유는 일본업체들이 윈도98을 침체된 시장의 기폭제로 이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시장의 기폭제로 선정해 놓은 제품일수록 그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판매부진을 유발해 재고가 쌓이게 되는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번 윈도98의 연기로 인터넷 수요를 등에 없고 IT투자에 힘쓰고 있는 미국업체들과 수요 부진으로 표류하고 있는 일본업체 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MS는 지난해(96년7월-97년6월) 연매출 1백달러 이상의 거대기업으로서는 경이적인 매출 31%, 순수익 57% 증가이라는 기록을 보였다. 「98년은 PC 소프트웨어의 대작품이 부재하는 해」라는 「한가로운 경고」도 그 바탕에는 숙적 애플컴퓨터의 목줄마저 쥐고 PC 소프트웨어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자사 위치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다.

소프트웨어업체는 PC업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없이는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업계 반응에 둔감할 수 있는 MS의 절대 권력은 인텔과의 공동 작품인 「윈텔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올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 PC업계에서는 「윈텔의 제품사이클에 맞춰온 지금까지의 사업 자세에 대한 반성의 시기가 왔다」는 주장 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PC업계 일각의 이같은 주장은 현실적으로 「대안없는 투정」 수준을 벋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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