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 같은 형상의 독수리였다.
『김 박사, 이 칩에는 왜 독수리가 그려져 있지요?』
『독수리요?』
『이 칩을 보시오. 다른 것과는 달리 칩에 독수리가 그려져 있어요.』
김지호 실장이 가리키는 칩에는 독수리가 있었다.
메인보드에 꽂힌 수많은 칩 중의 하나에 독수리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잠깐, 칩의 고유번호를 확인해 봅시다. 아, 칩의 고유번호는 이상이 없소. 이곳에 활용되는 칩이 맞아요.』
『이상이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정상적인 칩이요. 이상이 있었다면 시스템에서 벌써 장애코드를 출력시켰을 것이요.』
그랬다. 만일 칩에 이상이 있었다면 시스템 내부에서 스스로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이미 장애상태가 출력되었을 것이고, 정확하게 고장위치가 확인되었을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칩에 새겨져 있는 독수리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프로메테우스. 언젠가 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는 독수리의 눈빛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는 독수리.
『김 박사, 이 칩 정확하게 시험할 수는 없소?』
『시험이요?』
『그렇소. 느낌이 있어요. 이 칩 정확하게 시험 좀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어렵지 않아요. 다른 칩으로 대치할 수도 있고. 하지만 이 칩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입니다. 이 시스템이 장애가 걸려 있는 것은 프로그램입니다. 소프트웨어에요.』
『아, 김 박사. 나의 이 느낌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오. 지금 통신망 전체에 일어나고 있는 전체의 흐름에도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듯이 이 칩을 보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느낍니다.』
『과학은 느낌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요. 과학은 느낌이 아니지만 과학도 사람의 생각을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절대로 사람의 생각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과학이요. 느낌은 사람의 생각이요. 다만 논리적이지 않을 뿐, 분명히 사람의 생각이요.』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수긍할 수 없소. 다른 부분도 좀 더 확인해 봅시다.』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였다.」 김지호 실장은 조금 전에 출력된 프린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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