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미시간 대학의 심리학자 휴스만 교수는 일리노이주의 한 도시에 사는 소녀 2백명을 대상으로 텔레비전의 폭력 드라마가 그들의 생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를 10여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어렸을 때 폭력적인 드라마를 많이 본 소녀들일수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폭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회가 발표한 「청소년과 폭력」이란 논문에 의하면 미국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4∼7시간씩 TV를 보고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TV를 통해 보는 폭력장면이 8천여건의 살인사건을 포함해 모두 11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FBI조사로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청소년 범죄가 60%나 늘어났다고 한다. TV의 폭력적인 프로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히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미국 상, 하 양원에서는 96년 2월 통신법을 개정하면서 오는 98년부터 TV수신기에 암호판독장치인 V칩을 반드시 내장해 포르노 및 폭력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차단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내년부터 미국에서는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보낼 때나 VCR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에 폭력 및 음란 수준을 등급에 따라 명확히 밝혀야 한다. TV 생산업체들도 제품을 생산하면서 가정에서 부모가 TV에 방송이 차단될 등급을 입력해 두면 자동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도록 하는 V칩을 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V칩은 「폭력(Violence)을 막는다」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제품은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 팀 콜링스 박사가 개발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팀 콜링스 박사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TV의 폭력,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TV에 V칩 채택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미국에 이어 캐나다와 호주가 TV에 V칩 채택을 의무화했으며 유럽국가들까지 이를 증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G7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상정될 정도로 TV의 V칩 내장이 요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세계 각국이 TV에 V칩을 의무화할 경우 TV수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비싼 특허료지불과 더불어 추가비용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 실정을 고려하면 내수용 TV에도 이 칩의 채용이 시급하지 않는가 싶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4인터넷은행 2주 앞으로···은행권 격전 예고
-
2
미국 발 'R의 공포'···미·국내 증시 하락세
-
3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
4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5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6
이제 KTX도 애플페이로? 공공기관도 NFC 단말기 확산 [영상]
-
7
보험대리점 설계사 10명중 1명은 '한화생명 GA'…年 매출만 2.6조원
-
8
[ET라씨로] 참엔지니어링 80% 감자 결정에 주가 上
-
9
적자면치 못하는 은행권 비금융 신사업, “그래도 키운다”
-
10
메리츠화재, 결국 MG손보 인수 포기…청·파산 가능성에 '촉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