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설계용 캐드(E-캐드)시장은 올해도 전년비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7백억원 이상의 시장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케이던스, 멘토, 시놉시스 등 세계 3대 종합 전자설계자동화(EDA)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여전히 낙관하면서 높은 시장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는 등 E-캐드 시장성장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EDA 툴 수요는 두자리수 성장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세계 여타지역의 E-캐드시장과는 달리 지난 수년간 연평균 2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같은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전자산업, 무엇 보다도 반도체산업의 급성장이라는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메모리 생산을 위주로 하는 반도체회사들은 포인트 툴 판매위주로 지난 수년간 급격한 영업확대를 모색해왔으며, 전자업계도 꾸준히 PCB 설계 툴 등 다양한 E-캐드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정보통신산업 발전은 이제 단순한 메모리 위주의 반도체 설계라든가 포인트 툴 위주의 E-캐드 활용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던스 등 세계 유수의 E-캐드업체들은 똑같은 메모리 설계용 포인트 툴이라도 보다 미세한 회로선폭의 설계가 가능한 서브미크론급 포인트 툴을 경쟁적으로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
검증 툴을 주종으로 하는 시높시스사는 이같은 미세한 회로설계 내용을 검증, 시뮬레이션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E-캐드 툴 자체는 물론 설계되는 제품의 고부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자산업이 추구하는 경박단소화는 필연적으로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지원 툴의 연구개발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멘토같은 회사는 특히 이같은 시스템온칩 기술을 강점으로 해 칩의 복합화를 추구하는 사용자들의 설계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이러한 종합 EDA 3사의 움직임 만으로도 간단히 최근의 급격한 전자산업 발전 추세를 읽을 수 있다.
E-캐드 공급사들은 자사의 설계툴을 바탕으로 전자, 통신업계의 복합, 다기능화된 칩설계를 지원하는 한편 전자업체에 대한 설계 용역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독자적으로 특정 설계한 내용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이를 판매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종합 EDA 3사의 경우도 최근들어 이러한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 반도체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설계 컨설팅사업에 나서고 있다.
케이던스코리아, 한국멘토, 시놉시스코리아 등의 업체가 제품설계 서비스를 대행해 발생하는 매출이 점차 늘어나는 데서 이러한 공동설계 또는 설계용역 서비스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전자, 반도체 산업계는 이러한 추세에 적응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주문형반도체산업을 키우기 위한 신규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메모리, 주문형반도체(ASIC),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각각 세계 반도체산업의 매출비중을 3등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제 메모리 위주에서 ASIC 설계쪽으로 이행하기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두로직, 윈스케메틱, 정소프트 등이 자체 개발한 로직툴 및 PCB설계툴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E-캐드의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한편 수출로까지 이어가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E-캐드 산업분야는 세계의 벽과 너무도 높은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ASIC분야에서 체계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기술력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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