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정산료 인하기준치 설정정책」을 「98년 1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어서 국제정산료 문제가 국제통신분야의 새로운 이슈로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국을 경제소득 기준으로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현재의 1/3 수준에서 정산요율 목표상한 및 협상기한을 설정하고 기한내에 목표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정산료 지불정지, 상대국번호 차단 등의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통신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공론화조차 안된 실정이다.
정산료란 국제전화사업자간에 상대국 사업자의 전화망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으로 양 사업자간 착발신 통화량 차이에 정산요율을 곱한 액수로 산출되며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발신량이 많기 때문에 선진국사업자가 후진국사업자에게 정산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90년 28억달러, 96년 54억달러의 국제전화 정산적자를 기록해 전체 무역적자의 5%를 차지하게 되자 정부차원에서 정산료 인하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신국제정산정책의 이면에는 국제전화 정산적자 해소라는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도 전세계 통신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기준대로 정산요율이 결정되면 모든 나라가 미국에 대해 낮은 요율을 적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 특정 사업자가 미국 이외의 나라로 통화를 보낼 때 직접 보내는 것보다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저렴하게 된다. 즉 모든 국제통화가 비용이 저렴한(정산요율이 낮은) 미국 사업자를 거치게 돼 통신후발국은 미국의 하부망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미국은 인터넷 망 및 유통정보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어 기존의 전화네트워크마저 장악한다면 정보사회의 두 축인 정보와 통신을 모두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와 정보통신시장의 제패는 물론 세계 무역시장과 문화까지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1백42억원의 국제전화 정산적자를 기록해 정산적자국 반열에 들어섰으며 올 상반기에만 6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만일 정산 흑자국인 미국과의 정산요율은 1/3 수준으로 떨어지는 반면 중국등 정산 적자국들과의 정산료 인하협상에는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 국제전화사업자들의 정산적자 규모는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내 국제전화요금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요금을 더욱 낮추고 있는 국제전화사업자들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산수지 적자국인 우리나라는 미국의 정산료 인하정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정산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나라의 정산요율을 동일하게 인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정산수지 적자도 그만큼 경감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정산료 인하요구에 대해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공동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논의하는 한편, 정산 적자국들에 대해서는 정산료 인하기준치를 설정해 지속적인 인하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아태지역의 정산료를 인하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태지역을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통일협정료 제도에 따라 정산료 협상창구가 현재 한국통신으로 일원화돼 있으나 수많은 국가들과의 협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한국통신, 데이콤 등 국제전화사업자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데이콤 郭治榮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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