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력과 탈수기능이 우수하면서도 전력과 물 소비량이 적고 소음과 거리가 멀다.」 앞으로 나올 세탁기의 개발방향은 이렇게 요약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근 세탁기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염화불화탄소(CFC) 규제로 냉장고에 집중된 조명이 세탁기를 향해 비추고 있는 것이다.
EU국가들은 세탁기에 대한 품질평가 항목을 대폭 강화했다. 역내에 유통되는 세탁기에 대해 의무적으로 부가하는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제도의 평가항목에 △세척력 △탈수효과 △세탁용량 및 물 소비량 △세탁 및 탈수시의 소음도 등을 새로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세척력과 탈수효과는 성능에 따라 A에서 G까지 등급이 매겨지며 탈수시의 소음은 각각 61과 72㏈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프랑스가 올들어 이 제도를 도입했고 독일도 올 하반기부터 새로 시행에 들어갔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나라들도 뒤따를 예정이다.
이러한 규제는 EU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도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에 대한 각종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산 세탁기의 주요 시장인 대만도 올 하반기부터 세탁기에 대한 EMI 검증을 강제사항으로 새로 묶었다.
우리나라도 환경마크협회가 내년부터 세탁기에 대한 환경마크인증과 소음표시 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세탁기가 맞닥뜨린 규제 가운데 소음은 국산 세탁기로서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현재 국산 세탁기의 소음도는 세탁시에는 40∼43㏈, 탈수시에는 50~53㏈로 선진국이 정한 세탁기의 성능기준인 세탁시 61㏈, 탈수시 72㏈을 넘지 않는다. 국산 제품은 펄세이터 방식으로 드럼과 애지테이터 방식에 비해 소음발생의 여지가 적다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력과 물 소비량에 대한 규제와 분해의 용이성 등 환경과 관련한 규제다. 이들 분야에서 국산 제품은 기술축적이 이뤄지지 않아 취약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탁기의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려면 다단계로 위상제어할 수 있는 고효율 모터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상당한 기술투자와 원가부담이 뒤따른다. 더욱이 최적으로 모터를 제어하려면 고도의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세탁력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전력소비가 적은 제품의 개발이 국내 세탁기 설계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물 소비량을 줄이는 것 또한 아무래도 물 소비량이 많은 펄세이터 세탁기의 특성상 제품개발이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해용이성도 국내 가전사들이 최근 들어서야 그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할 정도로 아직 연구수준이 선진업체에 뒤진다. 탈수효과 역시 펄세이터 방식이 드럼 방식에 비해 열세에 있어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그렇지만 이같은 난관들은 국내 세탁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세탁기 업체들은 최근 연구개발력을 이들 분야에 집중시키고 있다. 2∼3년 안으로 선진업체의 제품에 버금가는 환경친화적인 국산 세탁기의 개발을 기대해볼 만하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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