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고도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증권 전문가와 관련업계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해온 인텔의 실적이 올 중반 이후 악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인텔 경영진도 이를 직시해 이미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인텔 사원들 사이에는 현 시점에서 스톡 옵션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일본 「日經비즈니스」가 최근 정보통신분야 분석가와 업계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4, 4분기 전년대비 1백20%까지 늘어났던 인텔의 순이익은 올 1, 4분기 64%로 줄어들었으며, 2, 4분기 순이익도 구체적인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기간 매출이 5∼10%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반도체조사회사인 마이크로디자인리소시스는 최근 『인텔은 향후 1년간 매출이 20억 달러, 이익은 1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 자신도 현재 60%인 이익률이 앞으로는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MPU 시장환경 급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장분석가들이 이같은 순이익 감소추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텔의 순이익이 올해들어 줄고 있는 것은 주력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을 둘러싼 시장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3, 4분기 이후 인텔 수익이 한층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 근거로 인텔이 최근 실시한 주력 MPU의 가격 인하폭이 당초 계획보다 2배이상 큰 최고 57%까지 확대됐다는 점과 오는 11월 또 한 번의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지난 5월 새로 취임한 인텔의 크래이그 바레트 사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인텔의 MPU 가격인하 배경에는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사이릭스 등 호환칩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에 걸쳐 인텔은 「MPU는 진보해야 한다」는 논리 아래 MPU의 성능향상에 주력, AMD, 사이릭스 등 호환 MPU 개발업체들과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다. 이 때문에 인텔은 거의 독점적인 상황에서 MPU가격을 높게 책정해 수익성을 높여 왔으나, 최근 들어 AMD와 사이릭스의 재공세와 PC의 저가격화로 사정이 변했다.
인텔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PC의 저가격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텔은 MPU 가격을 개당 2백∼4백 달러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그만큼 지금까지 인텔은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고수익을 보장받아 왔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AMD와 사이릭스의 저가격 호환 MPU의 공세로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인텔은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MPU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고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박리다매`로 전략 수정 시장 관계자들은 『인텔은 이번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AMD와 사이릭스의 공세를 조기에 진화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 MPU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저력만을 놓고 볼 때 인텔의 이같은 공세는 상당한 실효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현재의 시장 상황은 인텔측에는 다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예전과는 달리 MPU시장에서 AMD와 사이릭스의 위치가 확고해져 있고, 이들 업체가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업체들과의 제휴를 본격화해 나갈 경우 「디지털 가전」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지난달 28일 발표된 내셔널세미컨덕터(NS)의 사이릭스 인수는 인텔에 있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일부에서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관계가 장기적으로는 인텔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애플의 쇠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을 가상적국으로 설정해온 「윈텔」 진영에 사실상의 적국이 사라지면서 윈텔 진영 외부로 집중됐던 수익성에 대한 관심이 내부로 옮겨 오게 되고 여기서 갈등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즉, PC가격을 낮추려 할 경우 「MPU 가격을 낮출 것인가」 아니면 「운용체계(OS) 및 응용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낮출 것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같은 상황에서는 PC OS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해 결과적으로 인텔의 MPU 가격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격 추가인하 불가피 이같은 상황 전개에 인텔이 손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는 11월 또 한번의 MPU 가격 인하를 계획하고 있는 인텔은 『가격 인하분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충분히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조만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2백8억 달러를 넘어섰다. 컴퓨터업계에는 매출이 1억, 3억, 10억, 30억, 1백억, 3백억 달러가 되기 직전에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통념이 있다. 세계 최대 PC업체 컴팩은 30억 달러에서, 디지털이퀴프먼트(DEC)는 3백억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486에서 펜티엄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PC시장을 거의 제패해 단기간에 미국기업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한 인텔. 그러나 이 인텔도 이런 통념 때문인지 3백억 달러 매출을 눈앞에 두고 다소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인텔이 MPU시장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매출 3백억 달러 벽을 뛰어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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