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PC업계 생존 전략 구조조정 (7);수출

『수출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PC수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은 PC사업에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 뻔합니다.』

삼보컴퓨터의 윤보영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2팀장은 현재 불황속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PC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PC수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좁은 내수시장보다는 광활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임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2백여만대의 내수시장을 놓고 수십개의 크고 작은 PC업체들이 출혈경쟁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국내 PC산업의 비전이 제대로 보일 리 없다. 더욱이 국내 PC보급이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폭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오는 2000년에는 PC시장이 정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어 PC업체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PC수출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PC수출을 강화해 국내 PC업계로는 처음으로 PC수출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국내 PC수출은 짧은 기간이지만 호황의 기쁨과 단절의 역사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값싼 국내 노동력을 이용해 조립해서 만든 국산 PC는 나름대로 세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PC산업은 80년대 말을 전후해 최대의 수출호황을 누리면서 일약 세계 주요 PC생산기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로 진입하면서 대만 등 신흥PC 강국이 등장하면서 국산 PC는 점차 세계무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 PC업체들을 좁은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땅따먹기식 싸움을 치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제 협소한 내수시장에서의 이전투구식 경쟁을 펼치다간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공감대가 PC업체간에 형성되면서 PC수출로 활로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있는 PC수출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OEM 수출지향의 실속없던 80년대식 수출방식과는 달리 자체 브랜드를 달면서 수익성 있는 사업구조로 급속히 바꾸고 있다. 또한 일부 업체들간에는 데스크톱PC보다는 노트북PC가 부가가치가 더 있다고 판단,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지역도 크게 다변화하고 있다. 국산 PC의 수출을 선도하고 있는 삼보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미국 시어스와 일본 다이에이 등에 대량의 데스크톱PC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해 광활한 중국시장은 물론 동남아지역까지 파고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노트북PC 전문업체인 일본 소텍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노트북PC 수출도 적극 전개한다는 방침을 정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PC사업의 국면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해 미국 현지법인인 AST를 통해 미국, 유럽을 비롯한 중남미 등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노트북PC 수출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트북PC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대우통신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우통신은 프랑스를 비롯해 러시아 등 동구지역 등 대우그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PC수출에 주력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PC업계가 최근 들어 PC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또다른 배경에는 국산 PC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 이는 곧 국내 PC부품 및 주변기기산업의 발전과 직결된다. 즉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그리고 노트북PC 제조원가중 30%를 상회하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PC에 들어가는 핵심 주변기기들을 자체 생산해 국산 완제품 PC의 원가절감으로 연결된 것이다.

국내 PC업체들이 올 들어 불황의 탈출구로 PC수출의 길을 선택한 것도 바로 PC수출 여부에 따라 국내 PC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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