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PC업계 생존 전략 구조조정 (1);프롤로그

PC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PC의 마진폭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사업 존립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는 경기부진의 여파로 PC시장이 사상 최악이라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해 PC업체들은 사업의 존폐여부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올들어 중견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대기업 또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획기적인 처방없이는 국내 PC산업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PC업체들이 맞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몇해 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대비하지 못한 국내 업체들로서는 인과응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PC는 고부가가치 상품에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PC 마진은 갈수록 줄어들고 과당경쟁으로 투자 및 비용 지출은 그 어느때보다 많아 제품을 팔아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PC를 판매하면 할수록 적자폭은 커지면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이다. 그러면서도 정보화의 핵심도구인 PC사업을 하지 않고서는 기업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현실이 사업포기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릴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PC제품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공급과잉은 적체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재고처리를 위해 덤핑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그 결과 유통질서는 혼란에 빠지고 출혈경쟁으로 중소업체는 도산의 수렁에 빠지는 한편 대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국내 PC산업의 현주소다.

삼보컴퓨터 김기만 부장(홈PC 마케팅 팀장)은 국내 PC시장을 한마디로 「크레이지 마켓」이라고 단정한다.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광고비와 시설투자비 등 생산외 비용이 많이 들어 PC사업이 실속있는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반소비자를 겨냥해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할인판매는 PC업체들의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재료비 수준 이하로 책정되는 행망용PC 공급가격은 PC업체의 재무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조치들을 잇따라 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총체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PC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유통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나선 것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또한 재고를 두고 판매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공급하는 주문판매방식을 도입하는 등 채산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여기에다 제품 생산도 다양화해 기존 데스크톱PC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PC와 PC서버로 영업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물 좋은 내수시장에서 이제는 해외시장에 눈길을 돌리거나 아예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PC업체들의 이같은 몸부림이 과연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국내 PC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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