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비파일] 래리 플린트

요즘 우리사회는 문화적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그 진원지는 공연윤리위원회와 검찰이라는 두 공권력이다. 우선 공윤은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왕가위 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동성애를 주제로 삼았다는 죄목으로 수입불가 판정을 내리더니,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10대 청소년들의 비행장면이 삽입되었다는 이유로 1차심사에서 등급외 판정을 내렸다. 물론 <나쁜 영화>가 그 진정성을 보호받을 만큼 「좋은 영화」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감독은 문제의 장면들을 삭제해야만 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편 검찰의 경우는 조금 더 문제가 심각하다.한창 갖가지 애니메이션 축제가 열리고 만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때,검찰은 「성인용이라고 하더라도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국의 신화>를 그린 작가 이 현세씨를 소환 조사하고 스포츠신문에 만화를 연재한 만화가들을 불구속 기소하기까지 했다. 물론 만화계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이고 주요 만화가들의 절필선언도 잇따르고 있다.이런 폭압적인 문화탄압 시기에 <래리 플린트>가 개봉되고 있는 것은 아주 묘한 일이다.

어쩌면 그렇게 영화 속의 이야기가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놀랍기 때문이다. 비록 공윤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래리 플린트>의 홈페이지(http://www.spe.sony.com/Picture/SonyMovies/features/larryflynt.html)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을 피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그 진정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래리 플린트> 홈페이지의 구성은 사실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의 홈페이지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이 준비되어 있고,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명대사들을 직접 리얼오디오를 통해 들을 수 있으며, 명장면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물론 이런 기본적인 내용들이 그 충실함과 깔끔한 구성으로 칭찬받을 만 하지만 이 홈페이지의 생명력은 언론자유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해 네티즌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프리 스피치 케이스(Free Speech Cases)」코너에있다. 지금까지 크게 5가지 사례를 통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집했는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한창 논란거리가 되었던 공공 TV채널(퍼블릭 채널)의 검열문제를 잠시 살펴보자.

공공TV채널은 지난 84년부터 시작되어 시민들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채널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점차 반정부저깅고 성적인 것들로 채워지자 미 국회는 지난 92년에 공공TV채널의 프로그램을 케이블TV 운영자들이 검열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가 던진 질문은 「누가 시민들이 만든 TV프로그램을 검열할수 있는가」였다. 이 질문에 누구도 검열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43%, 케이TV 운영자라는 의견이 10%, 프로그램을제작하는 개인이라는 의견이 40%, 마지막으로 정부라는 의견이 7%로 나타나 네티즌은 검열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이곳 <래리 플린트>의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의 검열문제 등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이슈들을 포함해서 검열과 관련된 수많은 인터넷 홈페이지로 가는 하이퍼링크도 제공되고 있다.

<이철민 인터넷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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