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4)

좋은 느낌.

사내는 테라코타의 젖꼭지를 계속 어루만지며 느낌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혜경의 방에서 사내가 테라코타의 가슴을 만질 때마다 혜경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내도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만질 때마다 혜경의 젖가슴을 만지는 듯한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의 그 밤, 혜경과의 첫날밤을 지냈던 그날 밤에도 사내는 느낌이 좋았다. 그날 낮에 보았던 암컷의 등뒤로 올라탄 검은 종마의 큰 허리운동과 히히힝, 하늘을 향해 울던 그 울음소리가 혜경의 몸을 헤집으면서도 선듯선듯 떠올랐다.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전율하던 혜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내의 새끼손가락은 서두르지 않았다.

YES. NO.

YES, NO가 어떻게 적용되든지 그날 밤 플로차트의 결론은 섹스. 이미 섹스로 결정지어져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었다.

결론이 섹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내는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종마장에서 수컷 말이 암컷의 등뒤로 올라타 잔뜩 성이 난 팔뚝만한 생식기를 암컷의 음부에 박고 허리 전체로 진퇴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던 혜경의 육체에서 이미 사내는 결론을 확인했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까지도 확인했던 것이다.

사내는 그 진실을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새끼손가락을 혜경의 아래쪽으로 옮겼다. 실크 스커트.

확실하게 도드라져 있는 두덩.

살살, 사내의 새끼손가락이 접근을 시도했다. 리듬.

이제 브래지어 속으로 파고든 하나의 새끼손가락과 함께 리듬을 맞추어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든 상관없었다.

YES, NO.

어떻든 상관없는 것이었다.

결론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혜경의 몸이 다시 한 번 전율하기 시작했다. 진실의 확인이었다. 사내는 천천히 새끼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닿을 듯 말 듯 원을 그리며 점차 점차 깊은 쪽으로 접근해 갔다. 가끔씩 손바닥을 둔부 아래 부분에 밀착시켜 밑에서 위로 지그시 압박하며 좀더 깊고 음습한 곳으로 접근해 갔다.

브래지어 속의 젖가슴으로 파고드는 새끼손가락도 둔부의 손가락과 리듬을 맞추어 움직여 갔다. 같은 방향으로, 반대 방향으로 살살 원을 그려갈 때마다 혜경의 몸은 전율을 계속했다. 사내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힘차게 솟구쳐 있는 것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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