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뉴미디어 해법 「혼돈」

우리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선도해왔던 방송계가 「아노미」상태에 직면했다.보도등 언론기능을통해 또는 다큐멘터리등 방송물로 사회를 투영하는 창노릇을 하거나 나침반 노릇을 담당했던 방송계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한축을 담당하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노미」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최근 방송가가 직면하고 느끼는 상황은 분명 아노미상태이다.

직접적인 동인은 정보통신의 기술발전에 따른 방송환경의 변화다.디지털기술,컴퓨터기술,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기술,위성기술,양방향통신기술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방송사내에서는 경영진을 비롯해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환경변화의 진척과정에 눈과 귀를모으고 있으나,환경변화가 어디에서 부터 시작하고 도대체 어디까지 진전될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방송계내부의 연구인력마저 정보통신의 기술발전을 가늠치 못하고 있다.지상파 방송사의 한 연구책임자는 이를 「혼돈의 시대」라고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정보통신의 기술발전이 가져올내부변화,시장질서,수용자와의 관계,통신과 방송의 관계설정 등 제반여건이 갈수록 불명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의식 속에서 방송사 경영진들은 최근 뉴미디어분야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MBC의 경우 이득렬 사장이 최근의 기술변화에 대한 경영진 내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정기적인 브리핑을 받는 상태이다.지난주초에는 공식적인 경영회의에서 뉴미디어기술과 지상파,그리고 MBC의 대응전략에 대한 미팅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MBC의 한 실무관계자는 『방송사 경영회의에서 기술문제가 의제로 상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있다』고 지적하며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KBS,SBS,EBS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이들 방송사는 최근 신기술의 전개를 최대의관심사로 설정한 상태이다.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신기술의 진전을 최대의 관심사로 설정했다고 해도 기술발전에 대한 갈증해갈은 어림도 없다.학자를 비롯한 전문가조차도 감을 못잡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어 몇개 채널전송에 불과했던 아날로그 위성방송은 90년대 초만해도 난시청해소가주관심이었으나 디지털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최근에는 2백여개를 넘나드는 다채널 위성방송까지등장하자 지상파방송 관계자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과연 디지털 위성방송이 지상파와 경쟁관계로 자리잡을지,아니면 보완관계로 자리잡을지 감을 못잡겠다는 표정이며 또 디지털 위성방송에 참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지상파 방송사들은 인터넷 기술의 진전에 따라인터넷 생방송,인터넷 VOD(주문형 비디오),NOD(뉴스 온 디멘드) 등 뉴미디어 기술에신규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아이템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대 시청자 서비스로 봐야할지 현재 가치척도가 애매한 상태이다.

디지털 지상파의 접목은 더욱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있다.올초 정보통신부가 2002년부터현재의 지상파를 디지털화하겠다고 밝힌 뒤, 지상파방송은 방송사당 5천억원의 신규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정보통신의 불똥이 지상파 내부에까지 파급됨에 따라 각 지상파방송사는 사활을 건 투자를 진행해야만 하게 됐다.

이러한 커다란 변화 못지않게 작은 변화도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CDI 및 DVD등 차세대 매체,디지털 제작 및 편집,동영상자료관리,뉴스자동화시스템,VJ(비디오저널리스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최근 방송사 내부의 실무진들이 이들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이들의 뉴미디어 관심은 경영진의 그것과 매칭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무진차원의 뉴미디어 접근은 기술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성격이 농후하다.하지만경영진과 실무진 상호간의 뉴미디어 매칭실패는 심각한 문제이다. 전략과 전술의 혼돈은 지상파방송사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다.정보통신의 기술변화를 명확히 예측하고 이를 방송사 경영계획에 반영해야 하나 아직까진 전략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보통신 기술발전에 따른 뉴미디어시대 도래에 대해 경영차원의 명확한 전략수립,이에따른 다양한 전술개발이 뒤따르지 않는한 방송가의 「아노미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전망이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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