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과 이익 (1)
인터넷은 어떤 개인이나 조직 혹은 정부에 의해서 독점되지 않는다. 5년 여에 걸친 언론의 보도, 국민과 정부간 계속되는 정책 토론, 그리고 인터넷 접속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치 등을 살펴보면서 인터넷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은 인터넷이 전세계인의 공유물이라는 근본적인 현실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정치가들 가운데는 인터넷이 미국의 독점적 통신시스템중 일부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이 미국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데는 몇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다. 초창기 정부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운용되던 인터넷은 분명 미국의 자본과 기술 투자의 산물이었다. 인터넷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전자 우편, 파일 전송, 텔넷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은 엄청난 잠재적 상업가치를 갖고 있었지만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따라 발전과정에서 처음 10년간은 상업 목적의 이용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인터넷의 잠재력을 알고 있던 미 정부는 연방 연구지원금을 통해 인터넷을 육성했고 80년대에는 인터넷을 대학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터넷을 대학으로 확대하기 위한 미국과학재단의 물적 지원에 힘입어 인터넷 사용은 광범위하게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인터넷 검색도구와 인터페이스가 확산됐다. 80년대 말,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인터넷은 대부분 연구기관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 기간중 북미 이외 지역에서 인터넷에 접속된 네트워크는 1백여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스위스 물리연구소인 CERN의 월드와이드웹처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낸 혁신적인 기술조차도 미국에서 빠르게 흡수해 더 세련되게 만들어서 보급했다. 91년 인터넷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문호가 열리면서 인터넷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들도 미국계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정치가들과 기업 경영자들이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변화, 특히 상업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들은 인터넷이 국가 경쟁력의 우위에 기여한다면 그 수혜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93년 앨 고어 부통령은 미 행정부가 미정보인프라(NII)구축 계획을 지원할 것임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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