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너지는 통신영역 (4);무선통신 무한경쟁시대

통신서비스의 주류가 유선에서 무선(wireless)으로 자리바꿈하고 있다.

통신이용자의 이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통신,즉 이동통신서비스는 경제력 향상과 편리성 추구라는 환경변화에 힘입어 유선통신의 보완재에서 유선통신에 버금가는 독립된 서비스로 홀로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최고 유망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의 환경은 1백년 이상 국가독점을 토대로 발전해온 유선통신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개화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서비스의 종류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많아졌다.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를 대표해온 무선호출과 이동전화를 위시해서 새로운 개념의 이동전화로 일컬어지는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가 다음달중 선보일 예정이고 이른바 기업형 이동통신서비스인 주파수공용통신서비스(TRS)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이미 지난 3월말에 서비스를 시작한 시티폰 서비스도 나름대로의 영역을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불과 4개월여만에 35만명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무선과 데이터통신이라는 양대 유망분야를 접목시킨 무선데이터통신서비스도 틈새시장을 겨냥해 출사표를 던졌다.

몇 년만 지나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신이 가능한 위성이동통신서비스(GMPCS)와 소위 IMT-2000으로 명명된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이라는 범세계형 이동통신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서비스의 종류 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숫자도 향후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의 향배를 예측키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2개 사업자 경쟁 상태인 이동전화 서비스은 3개 PCS사업자의 출현으로 5개 사업자가 한 뼘의 양보도 없는 피나는 시장 경쟁을 예견케 하고 있고 다른 무선통신서비스 역시 적게는 2개사업자 많게는 4개 사업자의 경쟁체제로 출발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통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그동안 서로 다른 서비스간을 구획지어온 영역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8월 시험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PCS를 겨냥해 단말기 가격과 가입비 및 요금 인하라는 맹폭을 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이동전화 업계의 사용료 인하는 직접 포격 대상인 PCS는 물론이고 이제 막 시장에 착근 단계인 시티폰 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히고 있다.

어떤 무선통신사업자의 가격 정책이 동종업계 뿐만 아니라 성격이 다른 서비스 분야에까지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로 있는 것은 적어도 가격측면에서는 영역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내용 측면에서도 서비스별 특징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TRS서비스 업체들은 TRS가 기업형 이동통신서비스라는 기존의 통념을 깰만한 공중형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현재 묶여 있는 공중망(PSTN) 접속문제가 해결될 경우,기존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동전화 업계는 TRS 수요를 겨냥,TRS가 내세우는 장점인 그룹통화등의 부가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이동통신서비스에 일반형과 기업형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물류 시장의 통신수요를 노리는 TRS는 그러나 조만간 선보일 무선데이터서비스가 복병이다. TRS의 영역이 물류 시장의 통신수요중 상당부분이 무선데이터사업자들이 겨냥하는 시장과 중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선데이터 사업자들은 오히려 PCS나 TRS사업자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입장이다.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존 음성 위주의 무선망에서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지면서 시티폰이나 PCS,TRS사업자들이 속속 무선데이터통신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은 신규사업자들이 대거 서비스를 시작하는 연말부터 영역 구분없이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는 사생결단의 세월을 맞게될 전망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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