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PC업체인 성원정보기술이 최근 한국IPC 부도로 인한 피해보상을 위해 싱가포르IPC 본사를 상대로 제소한 자금손실 1차 배상판결에서 승소한 것에 대해 국내업계는 국내진출 외국업체들과의 국제분쟁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부도를 둘러싸고 외국컴퓨터업체들의 국내 영업에 대한 책임소재를 물을 수 있다는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사건 자체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IPC 부도로 막대한 자금손실의 부담을 안은 성원정보기술이 지난 3월 싱가포르 IPC 본사를 상대로 정식 제소할 때만 해도 재판이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 법정에서 이루어져 그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욱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원이 이번 국제분쟁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IPC 본사로부터 받았던 기업보증서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성원은 영업거래의 대상을 한국IPC가 아닌 싱가포르 IPC 본사로 계약을 체결하고 부도어음 및 물품대금을 포함한 1천5백만달러(1백20억 상당)에 대한 지급보증서를 IPC 본사로부터 직접 받아내 분쟁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앴던 것.
이에따라 성원은 한국IPC 부도로 인해 입은 자금손실 1천5백만달러(1백20억 상당) 중 1차로 74억원을 즉시 지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한 배상도 유리한 입장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한국IPC의 부도는 국내 PC업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면서 한국IPC와 거래관계를 맺은 중소업체들의 부도 도미노현상을 야기시킨 바 있다.
성원과 달리 IPC 본사가 아닌 한국IPC와 직접거래관계를 맺은 업체들은 채권단을 구성하는 등 IPC 본사에 피해액 보상을 제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성원정보기술의 한 관계자는 『이번 승소판결은 국내 진출한 외국컴퓨터업체들이 국내시장을 교란시키고 빠져나가면서 국내업체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행위에 경종을 울린 동시에 국내 진출한 외국컴퓨터업체들과의 거래관계를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준 사건』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또 『외국업체들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할 경우 해당업체의 담보능력과 신용도는 물론 계약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인 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국내업체들의 주의를 요망하기도 했다.
국내 PC업계 사상 처음 발생한 지급보증을 둘러싼 이번 국제분쟁은 위험요소에 대비한 확실한 보증 및 대응조치 등을 충분히 갖추면 피해액을 그대로 보전받을 수 있다는 사례라는 점에서 관련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또 국내 PC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시장개방에 따른 이같은 국제분쟁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차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국내업체들의 피해 재발방지 차원에서도 정부 및 업계 공동의 안전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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