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청소년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중);법집행의 실효성

청소년보호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심의기준 및 등급판정의 모호성, 타기관 및 단체와의 심의중복여부, 사전심의 조장으로 인한 헌법과의 상충여부 등 세부적인 문제들과 함께 이를 총괄할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들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문제들을 원만하게 정리하지 못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은 『법집행상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에 중추가 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그 법적위상에서부터 결점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보호위원회 설립 및 구성이 『「독립규제 행정위원회」의 기본적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뤄졌다』는 지적이다.준입법, 준행정,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독립규제행정위원회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국가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의, 등급판정 및 유해물유통을 단속하면 국가에 의한 검열로 귀착되고 또다시 위헌소지를 야기시킬 수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유해매체물 심의와 관련해 규정한 「유관기관에의 심의요청권」(제8조 2항)도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이 다른 법들의 상위법으로 존재하더라도 기존 법률들의 구속력이 살아있는 데다 그 기능과 단속대상이 달라 상호위상정립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청소년 보호법은 공중파방송에 대한 사전 및 사후심의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나머지, 방송법과 모호한 상호우열관계를 야기시킴으로써 그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방송위원회의 한 간부는 『현행 방송법에서도 충분히 방송내용을 제재할 수 있다』며 『별정직 1급 공무원이 위원장인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사법, 입법, 행정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구성하는 방송위보다 상위기구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해마크 부착이나 방송시간제한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권한위임조항도 지역마다 규제기준이 달라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유선방송위나 정보통신위, 공연예술진흥협회측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각 기구들은 청소년보호위를 두고 『각 심의기구들이 민간자율화되고 있는 추세를 거스르는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의 위원장이 별정직 1급 공무원일 뿐 아니라 문체, 내무, 법무, 교육, 보건복지, 정보통신, 공보 등 관련부처 고위공무원을 당연직 위원으로 정해놓고 있어 그 어느 심의기관보다 관이 주도하는 위원회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인쇄, 영상, 통신매체별 특성을 간과한 상태에서 획일적이고도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등급구분(제9조) 및 심의기준(제10조)을 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심의위원의 선정에 있어 매체별 전문가의 확보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급판정을 둘러싼 잡음이 꼬리를 물 것으로 우려된다.

매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해혐의물을 수거, 압수 및 파기할 수 있음에 따라 영업권 및 국민의 예술, 문화향유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을 인쇄매체 또는 비디오와 동일한 매체로 분류한 것에서 방송국 및 방송위원회와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해당사자(규제대상자)들에게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한 처분이나 심의결정이 있기 이전에, 소명 및 청문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아 「기본권 침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사법절차상 소명기회를 배제한 채, 수거 파기권을 집행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과잉규제』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보호법의 실무를 수행할 물적, 인적토대가 없다는 점에서 법적 효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미줄과도 같은 유해물 유통망을 예의 주시하며 기동타격적인 단속을 수행함과 동시에 유관기관과의 업무조정, 검사조사권, 구분격리규제, 수거파기권, 신고수리처리기능 등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실무부서가 조직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법적 효력과 관련한 쟁점들에 대해 박형상 변호사는 『청소년보호법이 상업적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나머지 청소년보호를 외면해 온 불량매체 및 업자들을 실질적으로 단속하게 되겠지만 법집행에서의 실효성을 확립하지 못할 경우 업둥이로 전락할 것』라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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