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LGIBM이 출범하면서 한차례 회오리가 몰아쳤던 PC시장에 현대전자가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미 컴팩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대만의 PC전문업체인 에이서도 합작선을 찾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현대그룹이 일본 PC유통업체인 아도전자와 티존코리아를 정식 설립, PC 유통시장에도 새로운 변혁을 예고하고 있으며 PC유통시장에 양판점의 가능성을 열었던 세진컴퓨터랜드도 세계 유수의 컴퓨터업체인 미국의 B社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또 한차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 업체간 합종연횡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로 대표되는 PC시장의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컴퓨터업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즉 이같은 새로운 판짜기가 이들 새로운 세력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 뿐 아니라 삼성과 삼보 등 현재의 선두업체들에게 새로운 변신을 끊임없이 강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으로 우선적으로 예상되는 변화가 PC업체들의 대형화다. 현대전자와 컴팩의 합작이 성사될 경우 LGIBM과 함께 자본과 제품, 유통망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또하나의 공룡기업이 탄생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는 물론 나머지 국내 PC전문업체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불황으로 연쇄부도사태의 아픔을 겪었던 국내 중소전문업체로서는 이들 공룡기업들과의 힘겨운 승부로 현재 갖고 있는 입지마저 빼앗길 공산이 크다. 이것은 곧 국내 PC시장의 주도권이 이들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나머지 전문업체들은 이들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대리점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국산 제품이 주도해온 PC시장에서 앞으로 외산제품들의 점유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변화중의 하나다. 국내 대기업의 유통망 및 애프터서비스망 여기에 세계적인 유명메이커의 기술과 브랜드가 결합됐을 경우 상대적으로 국산 제품 보다는 외산제품의 판매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LGIBM의 출범 이후 IBM의 노트북 PC가 국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제 국내 시장이 결코 우리의 안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다.
이와함께 대리점체제의 붕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도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다.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형양판점들이 속속 들어설 경우 그동안 국내 PC 유통을 전담해온 대리점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대형PC업체들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매출확대를 위해 그동안 대리점 일변도의 영업정책에서 탈피, 대형양판점으로의 납품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리점 스스로 대형화를 추진하거나 양판점과의 차별화를 도모하지 않을 경우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PC시장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로 국내 업체들로서는 생존전략 차원의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판매부진과 함께 최근 국내 PC시장에 일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현재의 영업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강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현재의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PC메이커들마다 유통점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문생산방식의 도입, 부품구매선의 다양화 및 생산혁신 및 의식개혁 운동의 전개, 외국 전문업체들과의 기술제휴 추진, 해외시장개척 등은 바로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PC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현재의 위기가 앞으로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국내 업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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