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미디어 보드업체들은 최근들어 지적재산권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차세대 영상매체인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출력용 보드를 판매하려면 미국 돌비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제품과 엔지니어를 돌비에 보내 제품 실사까지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DVD 로고를 부착하려면 돌비사의 AC-3 회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돌비사에 이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돌비는 만일 AC-3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지적저작권 위반소송과 OEM 공급제한 등 다각적인 제재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업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가산전자, 두인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말 돌비사에 AC-3 인증을 신청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아직 인증 절차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업체는 또 지난 2~3개월간 수시로 10여명의 엔지니어와 마케팅 전문가를 미국 현지법인과 돌비사에 보내는 등 수천만원 이상을 투입해 AC-3 인증을 추진했지만 언제 최종인증을 받을런 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두인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개막된 추계컴덱스쇼에 샘플보드를 출품한 후 귀국차 돌비사에 들러 1만달러의 신청비를 내고 접수했지만 아직껏 사소한 이유를 들어 인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돌비사가 AC-3 인증을 지연시킴에 따라 국내 보드업체들이 모처럼 전세계 멀티미디어 업체들에 비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DVD플레이보드 양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산전자, 두인전자 등 국내 멀티보드업체들은 미국, 일본, 대만 등지의 세계적인 멀티업체들도 아직 시제품 수준인 DVD플레이보드를 이미 6개월전에 개발, 세계정상급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AC-3인증이 늦어짐에 따라 사실상 판매루트가 막혀있는 실정이다.
국내 보드업체들은 돌비사가 이처럼 AC-3 인증을 지연시킴에 따라 모처럼 세계 멀티미디어 보드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가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돌비사의 AC-3 인증 지연에 따라 국내에서만 매월 1천5백장 이상의 제품판매가 불가능해져 최소한 그간 10억원 가량의 판매기회를 놓쳤고 수출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고 밝히고 있다.
보드업체들은 특히 돌비사가 한국업체들에게 AC-3 인증을 내준 직후 미국, 일본, 대만 등지의 멀티업체들에게도 무더기로 인증을 내줄 경우 6개월가량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업체와 외국의 후발업체들이 사실상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돼 수출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멀티보드업체들이 AC-3 인증 지연에 따라 미국내 현지법인 및 칩세트 메이커를 적극 활용해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개발, 인증을 받는 방안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조기 인증을 받을 수 있을런 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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