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대체가 필요한 첨단 반도체산업에서 기득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소자산업의 경우 웬만한 대기업들도 시장에 참여하려면 「사운을 걸고」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투자 단위가 크고 노하우가 필요한 탓에 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업체들이 내심으로만 검토할 뿐 선뜻 시장에 뛰어들 결심을 하지 못했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도 삼성전자를 구심점으로 한 몇몇 선발 장비업체들이 동지적인 관계를 형성해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의 의견창구의 역할을 했었다. 심지어 90년대 초반에 반도체 장비시장에 뛰어든 한 업체의 대표는 기존 업체군의 영향력있는 한 업체 사장으로부터 『우리가 고생해서 국산화하고 틀을 닦아놓은 품목에 참여하려는 것은 기업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면전에서 경고성 비난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모적인 견제는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장비, 재료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선발업체들의 우려와 달리 대체로 경쟁이 본격화된 부분의 업체들의 성장이 빨라지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최근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중소기업들간이 아니라 대기업간(소자산업) 및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장비 및 재료산업)의 논란이라는 점이다.
소자업체들은 몇몇 대기업의 신규 참여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참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데 힘쓰고 있고, 일부 업체는 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장비 및 재료산업의 경우는 그동안 「시장」이었던 반도체 대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생산, 공급해온 것과 유사한 제품을 자체 사용은 물론 시장에 공급까지 하겠다고 나서자 황당하다는 표정들이다.
기업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 나름대로 대기업 진출의 장점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지만 『중소업체가 하기 힘든 첨단 분야도 많은데 굳이 중소업체들이 「잘하고 있는」 시장에까지 손을 대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중소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윤리」측면에서는 좀더 설득력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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