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개장 50일 맞은 국제전자센터 (하)

서울을 동서남북 4대권역으로 나누는 전자상권시대가 도래했다. 그 첫번째 포문을 연 것이 국제전자센터. 강남을 중심으로 남부수도권 지역을 껴안는 다는 것이 국제전자센터의 설립목적이다.

강남이라는 독특한 상권을 고려해 국제전자센터는 고품격 상가를 추구한다. 용산전자상가와 차별화된 전략만이 신설상가의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따라서 개장 이전부터 인터넷쇼핑(EPIS)과 고급제품을 위주로 한 매장구성을 대표이미지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제전자센터가 추구하는 고품격 이미지는 개장초기 방문고객의 분포도에서 부터 재고의 여지를 남겼다. 강남은 물론 인근 수도권 지역인 성남, 평촌과 충청도에서 방문한 고객의 비율이 적지 않았다. 타깃을 강남 부유층으로 잡은 전략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강남지역 고객을 부유층으로 확정지어 고급제품위주로 상가를 구성한 것이 맞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강남지역의 고객뿐만아니라 여타지역의 고객들 역시 용산전자상가의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는 가운데 느닷없는 고급상가의 이미지는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전자센터는 이미지를 강남상권과 인근 수도권지역을 포함할 수 있는 범용상가(?)로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자시장에 있어 최대의 규모라 할 수 있는 컴퓨터시장의 경우 용산전자상가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조립PC가 있어서다. 이미 조립PC시장으로 굳어진 용산전자상가의 이미지는 싼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을 특색으로 한다. 이에 반해 국제전자센터 「부유층 겨냥」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내걸고 있다. 조립PC를 찾는 대부분 고객들의 가장 큰 이유가 싼 가격이란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미 국제전자센터내 조립PC사업의 방향은 어긋난다.

용산전자상가 컴퓨터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전자센터의 이미지와 매장구성, 상권으로 볼 때 조립PC에 관한한 위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SW와 간단한 업그레이드 부품, 가전제품 정도가 앞으로 주요품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가격에 앞서 상품구성 자체가 단순화되는 경향을 면키어려울 것것이다. 종합전자상가의 기본은 다양한 상품군. 일반 백화점과 같은 메이커 위주의 매장구성이라면 고객의 층은 한정될 수 밖에 없고 그 수도 많지 않다. 일반 백화점의 전자매장을 종합전자상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10여개층의 매장이 전자제품 매장으로 꾸며져 있어도 시장규모가 큰 조립PC가 위축돼 있다면 명실상부한 종합전자상가가 될 순 없다.

또 SW의 경우나 업그레이드 부품역시 단돈 1원이라도 싼 매장으로 몰리는 추세이고 보면 「메이커 제품」을 위주로 하는 국제전자센터의 이미지는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상 메이커 제품 위주의 판매라면 기존 대리점들이 가격파괴와 부대 서비스를 갖춘 당당한 위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 역시 파고들기 힘든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최근 조사된 바에 의하면 가전의 경우 60%이상이 외산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꾸며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전 3사중 2개사의 매장이 입점을 거부했다. 그 공백을 외산가전제품이 메우고 있다. 이를 「외산이 곧 고품격」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면 이는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는 절약과 절제분위기로 흐르고 있고 무역적자 개선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남상권이라 하여 「외산=고품격」의 등식을 적용시킨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감당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머드급 전자상가가 탄생하기란 어차피 고통이 따라야 한다. 상가는 다양한 사람, 상품, 고객이 어울려 이루어진 유기체이다. 불만과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과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한 국제전자센터의 이미지는 결코 「첨단」이 될 수 없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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