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문제 해결 급하다... 기기 오동작시 분쟁 잇따를 듯

컴퓨터 연도표기 혼선으로 통칭되는 「2000년 문제」에 조기대응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전산장애를 비롯한 경제, 사회문제의 책임 소재를 놓고 컴퓨터 벤더와 사용자, 기업과 기업,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분쟁이 잇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 전반적으로 2000년 문제가 안고 있는 심각성에 대한 인식 미흡과 기업경영자 및 정부의 대책 소홀 등으로 인해 앞으로 2년반 밖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2000년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기간전산망 및 기업의 전산시스템은 물론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는 각종 사회간접시설, 원자력발전소 등 대형 공공 플랜트의 오작동에 따른 예기치 못한 사고가 빈발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같은 사회적 혼란과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누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냐를 놓고 컴퓨터 벤더와 사용자, 기업과 기업,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변호사 연차총회에서는 2000년 문제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비용이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처로 기업의 전산시스템이 다운되고 이에 따라 기업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했을 경우 주주들은 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기업 인수, 합병의 여파로 전산시스템의 2000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이에 따른 책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내한한 바 있는 케플만 미 북택사스대학 교수는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교통관제시스템, 로보트 등 공장자동화기기 등이 연도표기 혼선으로 오동작을 일으킬 경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전제, 『이로 인한 책임소재 구명 분쟁이 정부와 국민, 정부와 기업, 기업과 근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2000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컴퓨터 전문가들은 『전산시스템 장애로 기업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기업과 컴퓨터벤더 간에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이 문제가 법정에 올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들어 은행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는 등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유력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산 처리에 있어 연도표기 혼선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쉬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 기업 최고경영자 및 정부 당국은 2000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전산 실무자들도 책임문제를 우려해 실상을 알리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 2000년 문제 해결을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IBM의 김익교 전무는 『2000년 문제는 컴퓨터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라고 주장하고 『특히 네트워크화 전산시스템 환경에 비추어 볼 때 2000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표준 설정 등 정부와 민간업계의 공동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