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3);고유영역이 사라진다

21세기를 눈 앞에 둔 지금의 세계 전자업계는 「기술 및 서비스의 융합」이라는 말로 특징지울 수 있다.

약 한 세기전 알렉산더 그레함 벨이 최초로 전화를 발명한 이래 TV, 컴퓨터를 거쳐 앞만 보고 달려온 정보통신 기술은 세기말로 오면서 호흡을 고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컴퓨터, 방송, 통신 등 각 분야의 결과물들을 계승, 발전한 서비스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무에서 창조된 서비스가 아니라 영역을 합쳐 파생된 서비스들이다.

PC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능이 좋아지고 있고 TV는 세계 구석구석으로 파고 든다. 전화 역시 유, 무선으로 세계 오지까지 연결한다.

이들 매체들이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시대로 접어들면서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컴퓨터와 TV가 결합되고 컴퓨터와 전화, 팩시밀리가 만난다. 휴대전화 등 휴대단말기로 외부에서 가정이나 사무실내의 모든 전자기기를 통제하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개개인을 연결한다는 첨단 정보화사회의 이상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이들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들은 디지털화의 진행으로 발전이 가속된다. 아날로그 전파의 전송매체에 머물던 위성은 데이터의 디지털화시대가 진행되면서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위성은 대용량 멀티미디어 정보를 고속으로, 광범위하게 전송하는 제 1의 통로로 부상했다. 방송전파를 비롯, 무선전화같은 음성데이터는 물론 멀티미디어 데이터에서 심지어 소프트웨어 자료의 전송도 가능해졌다.

디지털화의 영향은 케이블TV 부문으로도 확대된다.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케이블TV의 무선화는 한층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같은 기술, 서비스의 만남의 중심에 인터넷이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사업자가, 인터넷과 방송국이 손을 잡는다. 또한 인터넷과 위성체 운영업체가 만나고 인터넷과 은행이 함께 한다.

「독자적인」 화상회의 시스템은 이미 옛말이 됐다. 고성능 데스크톱PC를 이용,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도 지구 반대편의 상대방과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과 PC가 1대 1로 겨누던 게임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들이 아케이드형 게임을 대치해가고 있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홈쇼핑, 홈뱅킹 등이 직접 가게나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홈쇼핑, 홈뱅킹 등의 새로운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시화하고 있다. 예컨대 TV방송파중 사용되지 않는 틈새를 통해 화상 및 문자정보를 송신하는 「인터캐스트」 서비스는 방송과 인터넷의 가장 적절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TV기능을 가진 PC로 데이터를 수신,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해 필요한 때 꺼내 볼 수도 있다. 기존의 인터넷처럼 PC를 전화선이나 전용회선에 반드시 연결시킬 필요도 없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선수의 신상이나 전적 등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모양이나 연비, 가격 같은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미 인텔사가 개발한 인터캐스트는 미국 NBC, CNN, 패커드벨,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 등에서 실용화하고 있다.

인터캐스트외에도 인터넷은 서버를 활용하는 인터넷 전화 등으로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동시에 이를 대표하는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20세기는 전화가 문을 연 뒤 TV가 이끌고 PC가 뒷받침해왔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어떤 대표 기술이 전자업계 나아가 정보화사회를 이끌어갈지 점치기가 쉽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단일 매체가 주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20세기말 현재 PC와 TV의 구별이 사라지고 케이블과 위성, 인터넷 등 매체간 통합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결국 융합된 기술과 서비스가 21세기 초반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이는 융합만이 경쟁이 가열되는 전자업계에서 생존 가능성을 가장 높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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