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56)

진기홍 옹은 다시 요람일기를 읽어 내려갔다. 글자 한 자 한 자에서 김철영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듯했다. 문자, 문자라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해서 시공을 초월하여 김철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진기홍 옹은 축복으로 여겼다.

1904년 6월 6일.

정주(定州)우편사 전보.

「이달 3일에 정주 주둔 일본 병참 사령관이 일본군 병원을 정주우편사로 옮길 뜻을 가지고 여러 차례 말해 왔기에 통신원에서 말하기 전에는 허락할 수 없음을 누차 설명했으나 끝내 듣지 않고 본사에 입주하여서 부득이 이웃 우체부 자택 말박만한 좁은 방에서 사무를 보고 있음. 방이 좁아 무릎을 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우체부들도 사방으로 산재해서 장차 사무를 중지할 지경인데 일본군 교방청이 무릎을 펼 만하온즉 약간 수리한다 해도 백원은 들어갈 것이고 이에 대한 명세표는 추후에 보고 하겠사오니 해산하지 않도록 하촉 바람.」

통신원 지시.

「부득이 사무를 못 볼 지경이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나, 말하는 교방청을 일백원 한정하고 수리해서 있도록 할 것.」

부산전보사 전보.

「일본군에 종군하는 한국인이 발송하는 우편물에 군사우편이란 인장만 찍어 일본 우편국에서 한국측 부산 우체사에 송치하면서 무료 우편으로 배달할 것을 요구하옵기 우체총사에 질문하였더니 규정 밖의 일이므로 면세해주지 말라옵기 그들 서신에 미납료를 부쳐서 본 항에 거주하는 박회연(朴晦然) 처소에 가서 군사우편 서신을 전해 주는데, 그 박가 부자가 군사우편에 미납료를 징수하는 법은 만국장정에도 없는 법이니 못 주겠다며 우체부를 욕하고 때린 후 그 서신을 빼앗고 미납료도 주지 않기에 이 사실을 재판소에 조회해서 변제받았사오니 하촉 바람.」

북청전보사 전보.

「지난달 상오 2시경에 러시아 기마병 20여명이 북청전보사에 와서 러시아 전보는 어느 나라 소관이며 일본 군대는 어디에 진을 치고 있는지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하며, 그 병정이 계속 와서 위협하므로 부득이 함흥으로 피신하여 소식을 들은즉 다 물러갔다 하옵니다. 하지만 전선은 끊어버렸다 하온데 아직 보수는 못하였사오나 본사로 돌아가는 대로 형편을 다시 보고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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