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눈독을 드리고 있는 러시아 남부 지방은 숄라호프의 「조용한 돈강」이라는 소설의 무대로 유명한 돈강 유역의 로스토프市와 그 인근의 스타브라플스크 및 크라스나다르 지방이다. 이 지역은 최근 현지 은행들의 사무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아울러 부근의 체첸지방에 전쟁이 끝나면서 체첸 부흥을 위하여 러시아 정부와 현지 자치 공화국 정부가 막대한 경제 재건비를 이곳에 내놓으면서 새로운 전산화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러시아 컴퓨터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컴퓨터관련 업체들도 이 지역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며, 현지 진출은 이 지역의 현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제휴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의 컴퓨터업체들 가운데 러시아 남부 지방에 진출하여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선 라이즈社와 알 스타일社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두 기업은 세미나와 로드 쇼 등을 통해 이 지역의 은행 업무자동화와 대기업의 전산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선 라이즈社는 이미 로스토프 지방의 16개 컴퓨터 관련업체들을 한데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은행 업무 자동화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비경쟁을 추구하는 컴퓨터 업체 연합」이라는 이름을 가진 컨소시엄은 이미 이 지역의 63개 은행 가운데 5개 은행의 업무 전산화사업을 담당하기로 은행들측과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의 회장인 세르게이 칼레스니코프氏는 『러시아 남부 지방의 은행들이 아직 전산화가 덜 되어 있고 특히 전산망 구성 부문에서 취약한 반면 자금은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 컨소시엄은 금융 전산화시장에 커다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로스토프市를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 남부 지역의 은행들은 절반 가까이가 낡은 전산화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 가운데 3분의 1 가량은 전산망을 구축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시장은 「황금시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산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러시아 남부에 중앙의 컴퓨터 업체들이 몰려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지방의 발전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체첸 전쟁의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별다른 투자가 없었던 이 지역은 경제를 회생하면서 컴퓨터 보급과 전산화 열기가 러시아의 어느 지역보다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 정부와 현지 정부는 전산화 유도로 중소 기업을 지원하고 대형 콤비나트들의 컴퓨터화를 앞다투어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전산화 시장의 전망은 더욱 밝은 셈이다.
알 스타일社는 러시아 남부의 전산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약간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들을 새롭게 형성된 러시아 남부의 전산화시장에 끌어 들여 이른바 로드 쇼로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선 라이즈社가 현지의 명망있고 재력있는 컴퓨터 관련 기업들을 모두 결속시켜 컨소시엄을 만들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전략이었으나,의외로 반응이 좋아 최근의 한 여론 조사에서는 알 스타일社의 로드 쇼가 「가장 호감이 가는 행사」로 기록되기도 했다. 러시아 남부 지역을 순회하는 알 스타일의 컴퓨터 로드쇼에는 미국 노벨社와 휴렛 팩커드社가 단골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 중앙의 다른 기업들도 시스템 통합 사업과 대기업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하고 러시아 남부 지방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 컴퓨터 유통 업체들도 러시아 남부에 매력을 느껴 포르테社등의 유통업체들이 남부에 이미 컴퓨터 매장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제록스와 델 컴퓨터, 디지털, 스리콤 등 미국 업체들도 이곳의 전자 장비 수리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의 전문가들은 러시아 남부에 진출하는 중앙의 업체들이 갈수록 직접 보다는 간접 진출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의 모스크바 전산화 업체들 사이에 『우리 남부 돈을 모두 중앙으로 가져간다』는 불만이 높아지면서 현지 자치 정부들의 감시와 감독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지사를 현지에 개설하기 보다는 남부 지방의 컴퓨터 관련 업체들을 사업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시키는 방안을 업체마다 강구 중이라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 남부 지방의 새로운 전산화 시장에서 성공하는 길은 누가 영향력있는 현지 기업과 현지의 관련 인물들을 더 많이 포섭하는 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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