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34)

그림자 지지 않는 빛.

그 빛은 통합이었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 지상과 지하를 통합하는 힘이었다.

사내가 외쳤다.

『독수리여, 조로아스터의 그 빛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천상에서 아후라 마즈다를 만났을 때 본 그림자 지지 않는 빛에 대하여 더 이야기해다오.』

20세기 서울 한복판. 사내는 환상에 빠진 채 맨홀에서 솟아오르는 불길 위로 비상하는 독수리의 젖어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즈다란 현명한 빛으로 가득 찼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후라란 신 가운데에서도 특출한 존재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아후라 마즈다(현명하신 주)는 조로아스터가 처음으로 모신 신은 아니었다. 그 이름은 당시 널리 알려져 있던 신으로, 그 의미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도덕과 자연의 질서를 관리하는 신으로 이미 알려져 있던 존재였다.

조로아스터는 오랫동안 이 윤리적인 신에게 특별한 충성을 바쳐왔다. 조로아스터에게는 천상의 그 계시를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신이 필요했고, 그 신의 이름은 숭경스러움을 더욱 잘 나타내기 위해 예전에 이미 알려져 있던 신을 부각시킨 것이다.

당시 옛 종교의 사제들로부터 지도를 받는 대중은 마즈다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아후라를 함께 모시고 있었다. 조로아스터는 천상에서 만난, 그림자 지지 않는 빛 아후라 마즈다에게 신앙과 봉헌을 쏟기 위해 독특한 윤리적 유일신 관으로 인간에게 의로움을 요구하는 도덕규범을 부과했다. 히브리의 유일신론자 모세와 마찬가지로, 조로아스터도 예로부터 물려받은 신념에 굳건한 바탕을 두고 아후라 마즈다를 자기의 주로 내세웠던 것이다.

이를 위해 조로아스터는 아후라 마즈다를 경외하지 않는 사제들에게 짐승들의 피와 고기에 절어 배만 불러 있는 견딜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부패한 사제들은 회칠한 무덤 속의 송장 같은 냄새를 하늘에 뿌려댄다고 했다. 신자들은, 다만 신자로 살아가는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썩은 냄새를 향기로 받아들일 뿐이라고 했다.

새로운 신.

새로운 종교.

조로아스터에게는 새로운 신과 새로운 종교, 새로운 사제와 새로운 신자가 필요했다.

개혁은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새로움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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