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이 러시아의 통신장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술력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비공급에 따른 유연한 대금결제조건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최근 이뤄진 세 건의 대형 통신장비 공급계약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와 보슈텔레콤, 스웨덴의 에릭슨 3사는 최근 러시아의 크라스노다르, 모스크바, 칼루가지방에 디지털 전화교환기를 대량으로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는 이미 설치공사를 마쳤다. 이들 전자교환기 공급건은 계약금액이 각각 5천만마르크, 4천만달러, 5천만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그런데 이들 계약이 모두 공중 통신사업자들의 약한 재정형편을 고려해 특혜성의 대금결제조건을 약관으로 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릭슨이 크라스노다르에 판매키로 한 교환기는 AXE기종의 디지털식 전자교환설비로 현지의 공중 통신사업자인 「쿠반 전자통신주식회사」가 동업자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에릭슨 모스크바 사무소의 잉그베 레드링그 소장은 『러시아의 통신장비시장이 처음에는 현금결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이 나빠지면서 차차 금융조건이나 대금결제조건이 유리한 공급업체에 전화사업이 낙찰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같은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은 이제 러시아에서 판촉활동만 해서는 곤란하고 장비를 사가는 쪽에 자금을 대여해줄 은행을 직접 찾아나서거나 투자가를 물색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럽의 각종 기금을 러시아의 각 지방이 추진중인 통신현대화 계획에 끌어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통신현대화를 추진하는 중앙이나 지방의 공중 통신사업자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와 보슈텔레콤도 이런 달라진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멘스는 자사의 XWSD라는 기종의 디지털 전화교환기 5천만마르크 상당을 모스크바의 통신현대화 사업단에 판매키로 계약을 맺고 설치작업을 진행중이다. 50만회선의 용량을 갖는 이 교환기가 보급되면 수도권의 전화망이 보다 현대화할 것으로 시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처음부터 지멘스가 승리자였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알카텔, 스웨덴의 에릭슨, 지멘스 3개사가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지멘스가 「교환기를 설치해주고 8년이 지난 다음 단계별로 대금을 결제해줘도 좋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다른 기업들이 막바지 단계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소문이다.
러시아의 칼루가지방의 전화사업을 맡은 보슈도 이 지방의 통신업체인 「엘렉트로 스뱌지」에 「완곡한」 대금결제조건을 제시해 4만달러어치의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수주했다. 완곡한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보슈의 한 관계자는 『현지의 공중 통신업체가 가입자를 전부 확보하고 난 뒤에 장기간에 걸쳐 대금을 변제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에릭슨은 유리한 금융정책과 대금상환조건을 앞세워 러시아의 우파지방에서 1천만달러 상당의 AXE-10 교환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 디지털 교환기 또한 다른 지방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통신망을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에릭슨은 이같은 잇단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에 힘입어 러시아 각 지방도시에 대표부를 늘려나가 올해에는 이익을 지난해 1천5백만달러의 2배로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경향과 더불어 러시아의 통신장비시장에서 나타난 또하나의 새로운 움직임은 중앙과 지방의 공중 통신사업자들이 장비공급업체를 특정업체로 지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에릭슨의 레드링그 소장은 『여러 업체가 각각 다른 통신장비를 납품할 경우 나중에 통신망이 누더기처럼 되는 경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김종헌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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