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 특별기고]반도체 칩기술과 인류의 앞날

토미 조지 미 모토롤러 반도체사업본부 사장

인류가 이룩한 발전의 역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같은 혁신을 추구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20세기 우리가 이룩한 여러 혁신은 반도체 칩으로 가능했다. 전자 업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변화 및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은 반도체 칩이었다.

반도체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의 생활은 물론 업무와 레저의 형태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필자는 반도체칩이 지금까지 인간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필자는 반도체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칩 기술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있는 지를 설명하고, 몇가지 사례를 통해 반도체칩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및 지적 부의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고자 한다.

그렇지만 우선은 반도체칩과 관련된 전자적 혁명의 진전속도 및 범위와 전반적인 사회적 영향을 짚어보면서 그 역사적 관점을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전자혁명의 대부분은 지난 한 세대 동안에 일어났다. 48년의 트랜지스터 발명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큰 진공관을 운반하기에 간편한 전자제품으로 대체했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자 뒤이어 54년 리젠시 모델로 불리는 휴대용 라디오가 등장했다. 이를 처음 갖게 된 필자는 감격에 겨워 흥분까지 했다. 그러나 무선통신이 앞으로 가져다 줄 그 다양한 응용 범위와 혜택에 대해서는 필자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다.

모토롤러가 최초로 개발한 호출 시스템은 55년에 등장했다.휴대용 전화기는 8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됐다. 필자가 지금 사용하는 휴대용 전화기의 무게는 90그램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시스템의 진도가 급진전됐다.

모토롤러에서 이리듐 통신 위성들을 발사하게 되면 지구상공을 선회하는 이들 위성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제약없는 범세계적인 통신 시대」의 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없이 단 하나의 전화번호만으로도 통신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전선이 필요없는 인터넷과 같은 무선정보의 혜택이 무선제품 개발과 함께 혁명의 장을 열 것이다. 과거나 현재에도 무선 분야에서의 혁신과 혜택은 반도체칩에 의해서 가능했으며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통신의 기반 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개발 도상국에서 사회와 국민이 신속하고도 효율적경제적으로 21세기를 향해 도약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무선통신이다.

휴대형 라디오를 중심으로 그 발전사를 고찰해 보면 무선통신의 발달사를 조감해 볼 수 있다. 지난 69년 7월20일 현재의 반도체 칩 기술은 54년에 처음 발표된 리젠시 모델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초소형화 되어 작은 크기의 휴대형 라디오 및 무전기 제조가 가능한 정도까지 발전했다. 바로 이 기술 덕분에 전 세계는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킨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이 때가 바로 현대적인 컴퓨터 기술 시대를 여는 순간이었다. 이 기술의 뿌리는 58년에 개발된 IC회로와 트랜지스터의 보급에 있다. 이것은 또한 마이크로컨트롤러처럼 하나의 칩을 토대로 만들어진 컴퓨터와 지난 10월로 탄생 25주년을 맞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개발로 이어졌다.

오늘날 마이크로컨트롤러는 도처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자동차에도 수백 개의 미세한 칩들이 사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는 TV튜너, 엔진제어기, 팩스, 프린터와 전화기 등에 이르는 모든 제품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기술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마이크로컨트롤러와 센서 칩으로 작동되는 화재 경보기, 개스경보기, 유아모니터, 그리고 인터폰 등을 통해 우리의 가정은 더욱 안전하게 되었다. 미국 가정에서 화재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의 수는 지난 15년간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가정의 93%에 화재 경보기가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는 브레이크,서스펜션 등 여러 부문에 뇌의 역할을 해주는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장착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무선기술은 앞으로 고속도로에서 사람 대신 차를 운전해 줄 「고속도로 지능 운행시스템」의 실현을 앞당겨 자동차 운전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시스템에 적용된 반도체 칩 기술은 배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70년대 초 대비 90%정도 감소시켰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만 대략 110억 킬로그램의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지난해 유럽에서 생산된 1천4백만대의 새로운 차량 만을 고려한 것으로 실제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컴퓨터와 통신의 접속에 사용되는 강력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경우는 어떠한가? 필자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데스트톱 컴퓨터에 장착된 파워 PC 반도체 칩은 닐 암스트롱을 달 표면으로 안내한 컴퓨터보다 무려 1만9천배나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 칩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더욱 폼요롭게 만들어 준다. 음악, 영화, 멀티이디어의 웅장한 사운드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인상적인 영상물을 결합시킨 가상 현실이 대표적이다. 장난감의 모험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극찬을 받았던 영화 토이 스토리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 즉 칩 기술의 도움으로 애니메이터들은 주인공인 카우보이 「우디」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각기 다른 7백12개의 수학적 점을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5천5백억 바이트 상당의 메모리는 이를 매력적이고 고전적인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반도체 칩 기술이 없었다면 토이 스토리와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 칩이 전세계에서 막대한 경제 및 지적 부를 창출해 낸다는 사실이다.

전자업계는 기본적으로 가치없는 모래에 불과한 실리콘으로 시작해 이를 전례없는 경제 및 지적 부를 창출하는 하부구조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현상은 한 인간의 국적이나 성별 연령 사회적 지위 혹은 신앙과 전혀 관련이 없다. 지구 도처의 사람들은 이 현상이 주는 사회적, 정치적 및 경제적 결과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통신과 전산 기술의 폭넓은 사용이 한 국가에 가져다 주는 경제적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바로 이것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고도 한 국가의 국내 총생산이 크게 증가하도록 해주는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전자산업협회는 일반적으로 모든 전자 제품의 가격이 연간 2-4% 씩 하락했으며 컴퓨터와 같은 제품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가격하락이 제품의 용량 및 품질에서 현저한 발전을 이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1조8천억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전자업계는 우리가 21세계를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간 혁신의 범위가 얼마나 거대한 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만 현재 2백5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자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자동자산업의 3배, 그리고 철강업계의 10배가 넘는 인원이다.

전자혁명이 전세계에 가져다 주는 혜택은 방대하다. 그 중 고용 측면만 보더라도 반도체 산업은 92년 이후 설비 확충에 대략 8백40억달러의 자본을 투자했다. 이같은 투추자확충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자리와 서비스 규모의 확장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지적자본 역시 반도체 칩의 도움으로 세계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80년대 미국에서 컴퓨터 과학자의 수는 연간 43% 정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런데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 중에도 많은 기술자들이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하바드를 뛰쳐나와 마이크로소프트을 세워 크게 성공한 빌 게이츠이다. 빌 게이츠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제품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중심지로 입지를 굳힌 인도와 마찬가지로 동유럽에서도 반도체기술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세계 각국이 지금의 정보 시대에서 반도체 칩이 만들어내는 경제 및 지적재산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 국가나 개인들은 이 기술을 오용할 의도나 능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을 균형있게 사용하고 그 기술을 슬기롭게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이제까지 세계 도처에서 나타난 여러 사례는 우리가 기술의 혜택을 극대화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나아가 금세기에 아니 어쩌면 인류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우리가 목격한 이와 같은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와 인간의 개선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 가운데 핵심은 반도체라고 주장하고 싶다.

끝으로 한국은 반도체 분야 특히 가전과 장비 응용 제품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국제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모토롤러의 주요 전략은 자동화부문, 다매체화부문,레저부문을 겨냥하여 다양한 가전용 반도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은 향후 5년내에 국제 경쟁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모로롤러는 앞으로도 한국의 고객들이 바라는 우수한 공급자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필자 약력>

토미 조지 사장은 11편의 논문을 과학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는 재료공학 박사 출신의 최고 경영자이다. 텍사스 테크놀로지 대학 및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며, 노스웨스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8년부터 11년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에 근무했으며 79년 모토롤러로 옮겨와 줄곧 IC부문에서 일해왔다. 93년 4월부터는 모토롤러의 최대 사업부인 반도체사업본부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