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79)

불의 생성과 불에 대한 욕망은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인 신화시대부터 있어 왔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이 땅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살고 있던 티탄족이라는 巨神族의 한 신이었다. 이 프로메테우스에게는 에피메테우스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이들 형제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을 창조하거나 이들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능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에피메테우스는 각각의 동물들에게 여러가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어떤 동물들에게는 지혜와 용기를 주었고, 어떤 동물들에게는 날개를, 손톱이나 발톱을, 또 어떤 동물들에게는 몸을 덮어 보호해주는 패각 따위를 주었다. 여러 동물들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나누어주던 에피메테우스는 마지막 남은 인간에게 줄 선물을 미처 남겨놓지 못해서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다. 에피메테우스는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동생의 도움을 요청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하늘에서 불을 훔쳐오게 되었다. 하늘로 올라간 그는 그의 횃불에다 태양의 이륜차에서 불을 붙여 그 불을 인간에게 갖다주었던 것이다. 이 선물로 인하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이 불로써 몸을 따뜻하게 하여 추위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다른 동물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일로 신들의 우두머리인 제우스의 미움을 사게 된다. 인간에게 유용한 선물을 가져다주어 문명과 기술을 발전시킨 인류의 벗이었지만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외람되이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를 카프카스 산 위에 있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두고는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장을 파먹게 했다.

그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장은 없어지지 않고 다시 생성되곤 하여 또다시 독수리의 밥이 되었다. 끊임없이 독수리가 간장을 쪼는 고통을 영원토록 당하는 프로메테우스였지만 결코 제우스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불의 생성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함께 끊임없이 타오르고 이어지는 양면적 습성을 인간에게 주었다.

불의 생성은 선과 악, 빛과 그림자,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수반한다는 것을 로마신화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