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 장자는 중국의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철인들이다. 동시대인이면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철학과 사상으로 세상을 교화했다. 맹자는 후세에 성선설로 이름 붙여진 그의 인성론에서 출발하여 단단호호(斷斷乎乎)한 규범적 철학을 발전시켰다.
반면에 노자와 함께 도가를 대표하는 장자는 인간세상에서 드러나는 「허(虛)」의 진실을 갈파하고 초연한 삶의 가치를 존숭(尊崇)하는 사상을 후세에 남겼다. 맹자의 추상과도 같은 사상은 정통이 되어 2천년간 실질적으로 중국을 지배했고 장자의 고매하고 활연한 사상은 고귀한 인격의 풍성한 내면세계를 완성하게 했다.
장자의 제자와 후학들이 그의 사상을 기록한 「장자」의 양생주편(養生主篇)에는 포정(丁)의 우화가 있다. 포정은 제단의 희생물로 쓰일 소를 잡는 이른바 백정이다.
양(梁)나라 혜왕(蕙王)이 이 포정에게 「도(道)」를 묻는다. 포정은 겸손하게 자신이 체득한 도를 왕에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은 소를 잡고나서 1년 또는 한달에 한 번 칼을 갈지만 이 포정은 한번 간 칼을 19년째 쓰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소를 죽여서 잡으나 그는 산 소를 세워둔 채 칼을 댄다. 그는 소의 근육과 뼈, 그리고 이 양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어져 소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마음으로 꿰뚫고 있다.
춤을 추듯 유연한 그의 손놀림에 소는 자기 몸에 칼이 들어와 있는지도 느끼지 못한다. 어느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소는 자신의 형체를 잃어버리고 웃는 얼굴로 무너져 내린다.
여기저기서 대규모의 정보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도 많은 돈을 투자하며 정보화에 노력을 기울인다. 방법론과 경험 그리고 많은 기술이 동원된다.
마치 정통의 맹자와도 같이 추호의 오류도 용납할 수 없을 듯이 보인다. 최근 공공 프로젝트들은 전산원 주관으로 기술 중심의 이른바 정보시스템 감리(전산감리)를 받고 있다. 천하의 맹자인들 어찌 오류가 없었겠는가. 원래 도를 말하고자 한 포정의 관점을 소의 관점으로 바꾸어 지금의 정보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찾아 보고자 한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정보시스템은 알게 모르게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통제를 벗어나며 보안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지 혹 알 수 없다.
삼풍백화점은 소리를 내며 한순간에 무너졌지만 정보시스템은 말없이 그 가치를 잃어버리며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은행 건물이 무너져도 몇사람의 유혈 희생과 함께 은행은 살아남을 수 있다. 정보시스템이 무너진다면 많은 사람의 무혈 희생과 함께 은행은 며칠내에 파산할 수밖에 없다. 정보시스템 감리가 제대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 속에 보이는 「허」의 보완이라면 정보시스템 감사는 건전하고 목적에 맞게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허의 보완이다.
그리고 진정한 정보사회에서는 지금 우리가 정보시스템 감리에 갖는 관심은 빙산의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관심 정도일 뿐 산업이 아닌 사회의 꼭 필요한 기능으로서 정보시스템 감사의 역할이 거대하게 표면화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郭龍求 (주)씨에이에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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