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황의 그림자가 계량, 계측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도 드리워진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지난해 말 범용 계측기기인 주파수 카운터와 멀티미터 등을 생산하던 희진전자정밀과 대조전자산업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수도계량기를 생산하는 합동정밀과 한일수도계전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특히 합동정밀과 한일수도계전은 10여년간 한우물을 파는 등 나름대로 기술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회사 대표이사가 계량계측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재력을 갖춘 기업인데도 도산돼 충격파가 더욱 크다.
물론 중소기업의 도산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기술과 재력을 겸비한 기업까지 힘없이 무너지는 것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작금의 사태를 기술력과 시장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시장기반을 다지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매년 2∼3가지 이상의 신기술이 발표될 정도로 행보가 빠른 고기능 계측기기 부문을 포기하고 중저가 제품 생산에 치중하는 국내 계량, 계측기기 관련업계가 중국, 대만에서 생산된 저가제품의 유입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공동개발 또는 공동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외국업체의 공세에 대비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끼리 「이전투구」,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사태의 발단을 정부의 산업육성 의지부족에서 찾고 있다. 연구개발장비가 태부족, 대다수 업체가 『정부의 기술개발자금을 받아 고가의 테스트장비를 구입해야 되는 상황』인데도 시설투자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시험기기 공동 활용센터를 비롯 공동 기술연구센터 설립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업체가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인증한 제품의 경우 우선구매정책을 펴는 등 종합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중소 계측기기업체들의 도산을 막고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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