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 장거리전화회사인 AT&T가 난관에 봉착했다.지난 2.4분기에 고객의 수가 감소하는 부진을 보인데 이어 최근 발표한 3.4분기 결산에서 마저 업계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부진을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하락세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4.4분기까지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지난 2월 발효된 연방통신법으로 변화된 미국 통신시장환경에 AT&T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연방통신법 개정으로 미국의 지역및 장거리, 휴대전화등 전화시장과 위성, 케이블TV같은 방송시장간의 장벽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어떤 업체든 통신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이에 따라 AT&T는 우선 텃밭이던 장거리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들과 만나게 됐다.벨 애틀랜틱과 나이넥스,퍼시픽 텔레시스그룹,SBC커뮤니케이션스등 지역벨사들이 힘을 합쳐 「AT&T타도」에 나선 것이다. 또한 월드콤과 MFS커뮤니케이션스가 합병,지역, 장거리, 인터넷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키로 했다.AT&T는 84년이래 안온한 자리를 보존해온 장거리전화시장에서 갑자기 강력한 적을 맞게 된 것이다.
반면 AT&T의 지역전화사업은 기대만큼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업계에서는 AT&T가 지역전화시장의 15~20%만 획득해도 성공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예컨대 이달들어 지역전화서비스에 나선 캘리포니아와 코네티컷등지에서 AT&T는 지역전화업체들의 수성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만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또한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통신기술부문은 겉만 화려하지 실제로 돈이 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모든 부정적 요소들이 3.4분기에 집약됐다.그 결과 주식은 하락했고 엎친데 덥친격으로 회사 내부적으로는 불황을 타개해야할 추진세력마저 부족했다.지난 8월 알렉스 맨들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이후 로버트 앨런 회장의 힘만으로는 부진극복에 다소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AT&T로서는 오는 2000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앨런회장의 후임자 선정도 풀어야 할 난제다.이스트먼 코닥의 조지 피셔에서부터 IBM의 존 화이트사이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누가 됐든 하락곡선을 긋고 있는 회사의 현상황을 이어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질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앨런 회장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하는 수군거림은 성급한 예단일지라도 취임이후 지난 8년동안에 걸쳐 감량경영를 포함한 구조재조정등 그의 다양한 자구노력이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AT&T는 마치 동맥경화가 한참때인 IBM을 연상시킨다.거대화에 따른 관료주의 병폐도 보이고 있어 다각적인 극복책을 모색하고 있다.업계에서는 AT&T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술지향적 업체를 미래 모습으로 상정하라고 충고한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T&T는 향후 수년안에 지역전화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통신장비부문과 컴퓨터부문을 분리독립을 시킨 AT&T로서는 지역전화시장이 가장 손쉽고 또 주요한 공격목표가 돼버린 것이다. 이를 위해 9백억달러규모의 지역전화시장에서 AT&T의 장거리서비스 노하우는 상당히 유용한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동안 장거리시장에서 쌓아온 명성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AT&T는 전화서비스를 비롯,케이블TV, 온라인, 휴대전화, 무선호출 서비스를 총괄하는 패키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양키그룹에 따르면 미국가정의 3분의 2이상이 패키지 통신서비스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AT&T의 고객 가운데 대부분이 이 회사의 각종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AT&T는 지난 94년 인수한 매코 셀룰러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미국 최대의 무선전화업체로 부상했고,휴즈 일렉트로닉스에 지분을 갖고 위성서비스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또한 한때의 독자적인 온라인서비스를 폐기하고 전환한 인터넷서비스부문에서는 콘텐츠제공 계획이 지연되고는 있을지라도 「월드넷서비스」를 통해 네트콤 온라인에 이어 미국내 2위의 인터넷접속업체로 떠올랐다.
앨런회장은 종합패키지 통신서비스의 꿈이 앞으로 2~3년안에 이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AT&T의 이런 계획은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 있다.우선은 장거리시장에서의 라이벌 MCI커뮤니케이션스가 무서운 속도로 AT&T의 패키지서비스영역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MCI는 지난 4월 장거리, 무선,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9월까지 AT&T를 훨씬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또한 합병을 마친 MFS월드콤도 무시할수 없다.
한편 AT&T가 지역전화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장거리시장에서의 수성이 전제가 되고 있다.업계에서는 향후 3년동안에 지역벨사를 비롯한 지역전화업체들이 장거리시장의 25%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AT&T를 비롯한 MCI, 스프린트등 장거리 3사와 지역벨사등 지역전화업체들이 대략 7대 3으로 시장을 분할하는 선에서 대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지역시장이 개방된 사실이 명확해야만 장거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고는 있을지라도 지역전화업체들에게 있어서 AT&T가 가장 큰 표적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력과 관련,84년 이래 정부의 보호를 받아온 AT&T의 대처능력은 다소 우려를 주고 있다.이제 AT&T앞에는 안주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만이 남아있다.장기적으로 볼때도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설득력 있다.즉,컴퓨터와 결합한 고속의 광대역 네트워크부문을 선도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살 길이며 AT&T의 미래 역할인 것이다.변화하지 않으면 변화의 물결에 쓸리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앞에서는 세계 통신거함 AT&T라고 해서 예외일수는 없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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