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 김은미 선임연구원
「가족사회학」 하면 일반인들조차 아직은 생소하게 들린다. 하물며 전자제품과 관련한 기술개발에 이런 학문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LG전자내에는 가족사회학을 전공한 여성박사가 있다. LG전자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은미 선임연구원(32)은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가족사회학을 전공한 박사다.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내 생활부문의 팀장을 맡고 있는데 미래의 가정과 사회를 지배하는 가족 생활문화가 어떻게 변할까 하는 것을 집중 연구하는게그녀의 몫이다. 이는 LG전자가 가전제품을 포함한 미래의 전자제품 사업을어떠한 방향으로 전개하고, 또 기술개발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을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94년 대구 계명大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때 신문지면에 LG전자가 내건 공채광고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에서는 가끔 기업들이 가족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전무한 일로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이런 채용광고를 접하고는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전자분야에 관해선 문외한인 제가 전자업체 연구소에서 무엇을 할 수있을지 하는 갈등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생각은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에 집결한 연구원들을 보고는완전히 바뀌었다. 바로 이곳이 탁상공론에 그치는 학문의 한계를 뛰어넘어실생활과 학문을 접목시키는 현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
『연구의 성격상 당장에 어떤 신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는 거리가멀지만 기술 개발에 앞서 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미래의 가족사회를 예측하는 게 주요 연구과제입니다.
그러니까 10년, 20년후의 미래를 전제로 해서 변화된 생활문화를 도출하고이때 필요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는 겁니다.』
일본에선 학교와 기업, 정부가 이런 분야의 연구를 위해 아주 밀접하게 연계돼 협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이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커뮤니카토피아와 같은 연구소가 기업에 의해 하나둘씩 등장할 것같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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