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SW업체 전용빌딩 필요하다

김진형 (연구개발정보센터 소장)

소프트웨어(SW)산업을 일구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모험기업을 창업하여 운영하는 김사장은 요즘 짜증스럽다. 서울 강남에 자리잡고 있는 김사장 회사는 이제 제법 성장하여 직원도 늘어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도 적지 않은데 임대료를 계속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사를 간다고 해도 이미 설치해 놓은 통신시설·전원공사 등이 아깝고 그대로 앉아서 당하자니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시외나 변두리로 나가려고 생각해 보았지만 영업적인 측면, 동업간의 정보 획득 등의 이유로 쉽게 강남을벗어날 수도 없단다. 독자건물 구입은 엄두도 못내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건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곳저곳으로 뛰고 있다.

김사장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박사도 요즈음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3년 전 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로서 국내 SW산업에 일조를하겠다는 일념으로 선배가 창업한 모험기업에 뛰어 들었던 용기있는 청년이었다. 대기업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대우나 근무환경이었지만모험기업의 성장과 함께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졸업하자마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가 요즘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은 그의 의지를 점점 약하게한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출퇴근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데 있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는 남보다 더욱 많은 시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4시간씩이나 출퇴근에 써야 하는상황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세들어 있는 일산 신도시 아파트에서 직장까지 매일 왕복 4시간 정도를 소비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때문에아예 사물실에서 철야하는 경우가 이틀에 한번꼴이다.

이같은 경우는 비단 특정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이다.

정보화사회의 비전이 제시되고 정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여야한다는 화려한 구호 속에서도 많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한둘 시들어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화려한 중장기 지원책이정부차원에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중장기계획에 곁들여서 단기대책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공동으로 입주할 수 있는 빌딩이라도 우선 하나 지어 주었으면 한다. 소프트웨어 센터라고 해도 좋고 소프트웨어 프라자라고 해도 좋다. 교통 좋고 지하철로 출퇴근이 용이한 곳에 세워지는 그 빌딩은 한 20층 정도, 아니 그 이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공동으로 입주하면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영업 및 기술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협동작업도 훨씬 용이하여 공동 수주도 빈번하게 될 것이다. 또한 동업들이 모여 있으므로 각각의 행사는 전문성을 더욱제고하게 될 것이다.

사무실의 LAN공사는 표준 시방으로 설치해서 입주 회사의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하겠다. 저층에는 소프트웨어를 전시하여 직접 판매할 수있는 공판과세미나 시연, 그리고 공동 시설로 자료 및 기술 정보실과 초고속 통신망 지원센터 등이 수용되어야 하고 또 창업 지원센터 등이 입주하여 여러가지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회사 운영에 관한 자문도 쉽게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꿈 같은 바람을 하나 더 보탠다면 그 건물의 상층부는 그 건물에 입주한회사 직원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 아파트가 있었으면 한다.